교환학생이 둘러본 세계의 대학 ① SAXION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

작년 봄, 교환학생 공고가 나자마자 우리 대학에서 지원 가능한 대학 목록을 살펴 보았다. 마음속으로 유럽에 있는 학교에 가고싶다고 결정하였기에 새로 협정을 맺은 유럽권 대학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예술과 기술 동시에 배우는 SAXION

▲ 실용교육을 추구하는 네덜란드 SAXION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 캠퍼스.

 

각 대학 홈페이지를 살펴보던 중 네덜란드의 Saxion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이하 Saxion)가 눈에 띄었다. 내 전공인 광고홍보학과 수업이 개설되어있는 Art & Technology 학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Art & Technology는 말 그대로 예술과 기술을 동시에 배우는 학과다. 처음에는 실무위주의 드로잉과 컴퓨터그래픽을 공부하고 나중에는 직접 포스터나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수업까지 개설되어 있어 마음을 정하게 되었다.

마음을 정하기 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북유럽이나 서유럽에서 국민 개개인의 권리가 잘 보장되는 선진 사회를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어린이 행복지수 1위, 유연한 사고의 나라, 여성 차별이 없는 나라. 새로운 걸 경험하기에 괜찮은 곳이리라 생각이 들었다. 또한 유럽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유럽 방방 곡곡 가기 편하다는 것도 이점이었다. 끝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Saxion으로 마음을 굳혔다.

영어강의 활발, 외국인학생 비율 높아

네덜란드는 이론 학문을 공부하는 종합 대학의 개념인 University와 취업과 바로 연계되는 실용학문을 배우는 Hogeschool로 나눠진다. 대학 이름 뒤에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가 붙은 대학이면 Hogeschool이다.
내가 공부한 Saxion도 Hogeschool이다. 실무위주의 학과 개설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 international class도 많이 개설되어 있다. 내가 수학했던 Art & Technology 학과는 내 학년에만 international class가 16~18명 정원 4반이었다. 활발한 영어 강좌를 통한 외국인 학생 유치 때문에 유럽 학생 뿐만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이점이다.

사회 참여 일상화된 태도 인상적

▲ 네덜란드 학생들은 시간이 날때마다 파티를 즐기거나 피크닉을 가곤 한다.

많은 일들이 기억에 남지만, 모두와 공유하기 위해 개인적 여행담보다는 대학생이자 한 나라의 청년으로서 느낀 점을 쓰고 싶다. 한 학기가 끝난 2월, 집값이 비싸고 다른 나라 친구들 사귀기가 어려운 학교 기숙사를 나왔다. 직접 네덜란드 룸메이트 구하는 사이트에 집을 알아보고 인터뷰를 보러다녔다. 나 때문에 늘 영어를 써야 하는데도 전혀 문제없는 쿨한 네덜란드 남자 2명과 같이 생활하게 되고 그들의 사고방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왔는데 내 룸메이트 중 한명인 마따이즈가 무엇인가 열심히 계산하고 있었다. 마따이즈가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은 자동차에 새로운 세금을 매기는 방법이었다. 차를 많이 소유하는 것은 부에 대한 권리이므로 그가 차를 얼마나 이용하는지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즉, 소유보다는 이용하는 양에 세금을 붙여야 한다는 것. 환경을 파괴하는 석유이용과 대기가스 배출에 더 초점을 맞춰 자동차 자체의 세금을 줄이더라도 석유값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며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냈다는 마따이즈. 새로운 자동차 기름 세금법을 혼자 고민하고 있다는 자체가 충격이었다. 나 같으면 텔레비전 보면서 누워있을 시간인데 말이다.
 환경부장관도 아니고 화학공학과 학생인 마따이즈는 자기가 만든 세금법을 내일 친구들과 토론할거라고 했고 나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기존에 자동차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에 대한 세금이기 때문에 기존의 자동차부과세를 파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쪽이었고, 마따이즈는 자동차를 많이 갖는 것은 마치 여자들이 옷을 많이 갖고 싶어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지만 마따이즈와 나는 거의 매일 논쟁을 벌였고 나는 네덜란드 학생들이 정부가 만든 기존 법률과 규칙들을 얼마나 믿지 않는지, 그리고 자신이 내는 세금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그 모든 과정을 관리자의 시선으로 지켜보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런 것에 내가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도. 마따이즈의 그런 모습이 큰 자극이 되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이젠 자신감 충만

 

나는 내 주변 친구들로부터 가장 많이 배웠다.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인생의 베이스먼트가 한국이 아닌 세계라는 사실. 틀을 깨는 일 중 하나였다.
유러피안 친구들은 너무나 쉽게 다른 유럽권 국가에 갈 수 있어서 일까, 거주지를 옮기는 것에 자유롭다.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내년에 핀란드에 가서 공부하고 미국에 가서 인턴쉽을 할꺼야 라던가 내년에 인턴쉽을 아르헨티나로 갈꺼 라는 말을 쉽게 하고 정말 기회를 찾아 떠난다.
유럽 교환학생 온 것도 매우 도전적인 일이었기에 나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옮겨 다닐 수 있는지 놀랐다. 그럴때마다 친구들은 자신들은 아직 어디에 살지도 정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있던 곳에 계속 머무는 것은 지루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넓은 세상이 다 내 활동 범위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한국이 못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유럽에 나가보니 한국이 현재 가장 트렌디한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 친구 동네에 놀러 가서 들렀던 디자인 샵의 90%가 한국 제품이었다. 디자인 관련 산업, 인터넷으로 하는 모든 것,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적응은 한국에서 잘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교환학생 가면 오히려 한국보다 못한 사회 트렌드에 실망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에서 내 생각과 능력이 얼마나 통하는지 확인해보고 새로운 삶을 경험해 보는 것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학생들의 경쟁력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여가시간보다는 성과를 중요시 하는 특성 때문에 집중력이 뛰어난 면도 경쟁력이다. 감각 있고 똑똑하고 성격도 조화롭다. 한국이 답답하다면 세계 속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언어 공부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장기적인 계획을 잡으면 충분히 해낼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얘기하고 싶다. 막막하고 떨리고 영어로 이야기하기도 낯설지만 그 모든 것은 적응기간이 끝나면 너무나 자연스러워진다. 그때부터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 된다. 더불어 많이 놀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하는 것도 공부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길, 관심 분야, 하고 싶은 일, 즉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외국에서는 사건이나 사람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많은 공부가 된다. 

박양지(광고홍보3)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하세요. 나중에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들 해본게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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