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소나기에 긴장됐던 하늘에 어느덧 무수한 별들이 떠있다.
  이것이 神(신)의 능력이라 생각하며 어릴 때 본 ‘유관순’ 영화에서 너 하나, 나 하나, 별에 대한 향수가 영롱한 신비의 기억 속으로 메아리져온다.
  그 땐 무척 절박한 상황이었는데….
  한 번 상상해 보자.
  배경은 어느 시골의 낫 가리 쌓은 짚단 옆이고 人家(인가)의 불빛은 창호지를 비추는 여린 빛이어서 하늘의 별빛과도 같은 것이기에 세상은 온통 별빛 하늘만이 존재 한다 착각하며 어떤 조그마한 사내아이가 턱을 괴고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자연 속에 완전 몰입되어 생략할 것 하나 없는 그러한 관조 상태에서 그는 틀림없이 무수한 신비와, 공포와, 기대에 설레며 따사로운 어머니 품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의미를 모르는 고독에 전율을 느끼며 별에서 날개 달린 천사들이 춤추며 내려와 유혹한다 할지라도 그는 따뜻한 인간의 손길과 입김을 그리워하리라 이것은 아마 대자연의 무한하고 원숙한 포옹에서도 오직 살폿하고 미흡한(?) 인간애를 그리워하는 의미 깊은 것이리라.
  아련한 별빛이 더욱 차디차게 빛을 내면서 밤은 점점 깊어간다.
  이제 童話(동화) 속의 별빛처럼 밤의 역사는 시작되고 우리의 思惟(사유)만이 흐르고 있다.
  보다 깊이 있는 인간성을 추구하게 되는 밤은 낮의 세계와는 차원 다른 의식이 흐른다.
  어쩌면 밤의 의식이 진실한 내면세계와 통하는지도 모르겠다.
  깊은 밤에 사랑하는 이에게 진실한 마음을 띄워 보내는 정성어린 글을 쓴다 할지라도 그것은 경박한 삶의 몸짓은 아닐 것이다.
  충실한 자화상에 굵은 선을 한 획 더하는 자랑스런 작업 중의 하나이리라.
  풀잎에 아침이슬이 맺히고, 꽃봉오리가 어느 날 찬란히 그 꽃잎을 피우듯이 영롱한 결실의 땀을 나는 흘리고 싶다.
  사방으로 내리는 별빛의 그리움이 지금은 농도 짙은 내 일기장에 내리고, 우물처럼 깊고도 어두운 사색은 나의 영원한 미래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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