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고식지계(姑息之計)란 당장의 편한 것만을 택하는 일시적이며 임시변통의 계책을 이르는 말이다. 부녀자나 어린아이가 꾸미는 계책 또는 잠시 모면하는 일시적인 계책이라는 뜻으로,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이나 당장에 편안한 것을 취하는 꾀나 방법을 말한다. 중국 전국시대 학자이자 사상가였던 시자(尸子)가 남겼던 문집 ‘시자’에 ‘은나라 주왕은 노련한 사람의 말을 버리고 부녀자나 아이의 말만 사용하였다(紂棄老之言而用故息之語)’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눈앞의 손익만 보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화(火)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9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반값 등록금 시위를 벌이던 73명의 대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대학생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시위를 벌이며 정부에게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했던 것이다. 대학생들은 반값 등록금 시위를 벌이며 청와대로 행진했지만 경찰이 이를 가로막았고, 경찰은 반값 등록금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을 둘러싼 뒤 연행을 시작했다. 연행사유는 이번 시위가 집시법을 위반한 미(未)신고 집회라는 점이다.

▲경찰의 폭력적인 연행은 많은 이들의 비난을 샀다.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려면 국민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를 얻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재·보궐 선거에 참패한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래 놓고 화난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나오자 경찰의 등만 떠밀고 있다. 이에 분노를 느낀 대학생들은 시위 참여 대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간이 지나자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일부 연예인들까지 시위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이번 반값 등록금 이행 촉구 시위가 현행법을 위반한 미(未)신고 집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찰의 강경대응은 고식지계적인 행동이었다. ‘반값 등록금’은 분명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이었고, 여당인 한나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후 또 한 번 꺼냈던 카드이기도하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것은 ‘반값 등록금’에서 ‘반값이 아닌 부담 완화’, ‘체감할 만한 수준의 인하’등의 말장난이었다. 또한 재보궐 참패라든지,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 시위와 같은 위기상황마다 보여 준 정부의 ‘언발에 오줌 누기’식 행동은 국민들의 분노를 부추길 뿐이었다. 정부는 더 이상 고식지계가 아닌 제대로 된 대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야한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제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불법시위이니까 연행한다’는 식의 논리는 시위대뿐 아니라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약하다. 기한을 정하고, 그때까지 확실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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