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울대 법인화를 위한 선행 과제

지난 연말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 법안은 서울대학을 세계 속의 명문대학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국가의 추진 과제로 앞으로 여타의 국립대학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대학을 비롯한 국립대학은 국가의 막대한 행·재정 지원으로 대학 경영에 있어 사립대학에 비하여 비교적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독자생존을 모색해야만 하는 서울대학의 법인화 조치는 대학 구성원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두려움으로 인해 대학 내·외부 반발을 불러 법인화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시점에서 서울대학교가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 시키고 제대로 된 법인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 내부 구성원들의 법인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립대라는 이름 아래 각종 혜택을 누리던 입장에서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선도하여 베푸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급성장한 사립대학들을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서울대학은 국내 최고의 대학이 아니라 야생의 치열한 경쟁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 지향적인 글로벌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극심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둘째, 서울대가 법인으로 안착할 때까지 정부의 획기적인 행·재정 지원이 필연적이며, 우리 모두는 이를 이해하고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별로 의미 없는 지원을 통한 단순한 법인화는 이를 지켜보고 있는 여타 국립대학들의 법인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일정 기간 동안 정부는 현재의 국립대학 취지에 맞추어 경쟁력을 갖춤에 소홀함이 없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야 법인화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

셋째, 다수가 우려하고 있는 사항의 하나는 서울대학의 법인화로 인한 경쟁으로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관심 소홀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 학문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취업 중심의 경쟁력을 갖춘 학문분야에의 집중은 잠시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명심해야 할 점은 대학 본연의 모습인 인문학과 기초학문 분야의 발전은 타 학문분야의 초석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문학과 기초학문 분야의 연구에 전념하는 교수들과 연구진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름을 덜고 연구할 수 있도록 대학 자체의 정책 수립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서울대 법인화는 대학이 지향해야 할 시대의 흐름이자, 미래로 가는 첫걸음이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뛰어난 인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대학의 현주소는 씁쓸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법인화를 통해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미래 서울대의 청사진은 제시됐다. 서울대는 책임을 통감하고, 세계의 미래를 이끌 유능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요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