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지음 / 창작과 비평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창작과 비평사
16,500원 / 456쪽
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이 출판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때 아닌 문화유적 답사가 큰 유행이 됐던 적이 있었다. 문화유적이라는 것이 고리타분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깬 이 책의 영향으로 많은 이들이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 유적들을 답사하러 다녔다. 그리고 그 후 몇 년간 총 5권까지 시리즈가 이어졌고 최근 시즌2라 할 수 있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번째 권이 출간됐다.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부제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라고 외쳤던 저자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 우리 삶의 숨어있는 고수들을 만나 그들에게 깨달음을 얻음)’라는 부제로 이번 6권을 집필했다. 20여 년 전 첫 책이 출간됐을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이 책은 재미있고 상세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독자들을 대한다.

이전의 문화재 관련 서적들이 어려운 한자어의 일색이었던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어 친근한 문화재부터 소개한다. 바로 서울 도심에 자리하고 있는 광화문과 경복궁. 서울 시민들에게는 친숙하고 가까이 있지만 실제로 가본 적은 많지 않은 바로 그 곳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숨어있는 고수들을 만나 깨달음을 얻는 것처럼 우리 주위에 있지만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경복궁과 광화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서울 태생인 저자가 ‘내 고향 부여’라는 제목으로 충청도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실제 고향은 서울이나 시골에도 고향을 만들고 싶은 저자가 서울에서 가깝고 근처에 절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을 찾다보니 가장 적합한 곳이 부여였다고 한다. 타 지방 사람이 본 충청도 사람들의 이야기나 백제 시절의 유적들을 언급한 부분 또한 꽤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유적지의 이야기를 옆에서 동화책 읽어주듯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유적지마다 세워져있는 안내문보다 쉬운 설명이지만 읽고 나면 안내문에 게시돼있는 내용보다 훨씬 더 해박한 지식들을 알게 된다는 것. 저자가 직접 발로 모든 곳들을 찾아다니며 경험한 덕분일 것이다. 여기에 문화재청장으로 재임하면서 얻은 경험과 정책들을 직접 언급한 부분에선 지금 당장이라도 그가 소개하는 유적지로 답사를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숨어 있는 한국미술의 고수 이야기도 담아

문체가 바뀐 것은 지난 세월동안 저자 또한 원숙해진 것을 보여준다. 20여 년 전 첫 책이 발간됐을 때엔 조금이라도 많은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려 하는 조급한 모습이 보였었다.

하지만 이번 책에선 부제처럼 전국 각지의 고수들에게 배우려는 자세가 보인다. 비가 쏟아지는 날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의 박석 이음새를 따라 빗물이 흘러간다는 조상들의 지혜를 알려준 경복궁 관리소장의 이야기에서 ‘인생도처유상수’라는 부제는 더욱 빛이 난다. 저자의 문화재 사랑이 가득 담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번째 이야기는 또 다시 독자들의 발길을 전국으로 향하게 만들 것이다.

우민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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