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스님 / 도서출판 한걸음 더 / 13,000원 / 324쪽

한국을 빛낸 선사들
현각 스님
도서출판 한걸음 더
13,000원 / 324쪽

우리대학 출신인 저자 현각 스님은 선의 실천철학연구(禪의 實踐哲學硏究)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 그는 대외적으로도 많은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세계종교연구센터 초청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장, 정각원장, 초대 한국선학회 회장 및 3·4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그의 입지는 익히 알 만 하다. 그는 현재 동국대학교 선학과 교수로 연구와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불교방송 테마가 있는 법문내용 재편집

그가 이번에는 불교적 이야기에서 벗어나 ‘선’과 관련하여 우리 선사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 ‘한국을 빛낸 선사들’을 출간했다. 정년퇴임을 앞둔 스님이 그동안 쌓아온 학문적 성과를 정리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5년 간 BBS의 주말 프로그램인 ‘테마가 있는 법문’에서 방송된 내용을 책으로 다시 편집한 것이다. 방송의 일회성을 극복하고자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통일 신라의 원효성사부터 고려 말 나옹선사에 이르기까지 서른 여섯 분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선사들의 일대기를 통해 그 시대의 풍속과 문화, 사상, 교단을 이해할 수 있다.

문체는 직접 저자의 강의를 듣는 듯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때문에 불교 교리나 내용을 쉬이 접해보지 않았던 독자라도 부담 없이 집중할 수 있어 가독성을 높인다.

그 중 원효 대사의 비범함을 나타내기 위해 신라에 있던 원효가 중국 태화사 법당이 무너질 것을 예고해 급한 대로 마루의 판자를 뜯어 공중에 던진다는 부분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신라에서 원효가 던진 판자가 중국의 태화사까지 닿았다는 것이 어리둥절하게 느껴졌지만 곧이어 이야기의 전체 맥락이 이해되며 원효의 도가 뇌리에 스쳐 전율이 인다. 저자는 원효 대사가 교리에만 빠지지 않고, 소외된 백성들과 나란히 호흡하였으며 극락정토를 현세에서 이루고자 한 실천적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지나친 신화적 요소는 오히려 대상을 희화화 하고 마는 부분이 있는데 저자는 이 양극단의 조화를 재치있게 연결하고 있다.

한국 첫 세계인 혜초스님에 대한 이야기도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 편에서는 신라에서 태어나 16세의 어린 나이에 중국으로 건너간 혜초 스님이 ‘떠날 때는 1백 명이었으나 돌아온 자는 한 명도 없다’는 그 어려운 천축 여행길에 올라 낯선 이역땅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왕오천축국전에 생생하게 기록함으로써 한국의 얼과 넋을 세계에 알렸다는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혜초스님을 한국의 첫 세계인으로 지칭하며 한민족을 빛낸 그의 슬기를 높이 산다. 더불어 현재 우리나라 국보인 왕오천축국전이 연고 없는 머나먼 땅 프랑스 파리의 한 도서관에 보관중이라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하루 빨리 반환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생의 진리를 갈구하며 삶에 중심을 잃고 헤매는 이들이 이 책을, 그리고 이 저자의 행적을 따라 차곡차곡 쌓인 저서들을 차근히 되짚어 읽어 본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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