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아 기자
▲발본색원(拔本塞源)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명(明)나라의 왕양명은 그의 저서 ‘전습록(傳習錄)’에서 발본색원론(拔本塞源論)을 이야기했다. 그가 말하는 발본색원의 취지는 한 마디로 하늘의 이치를 알고, 사람들은 그 욕심을 버리라는 것으로, 사사로운 탐욕은 그 근원부터 없애고 근원을 철저히 차단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발본색원은 부정부패 척결, 범죄 조직 소탕 등과 같은 주로 사회의 암적인 면을 뿌리째 뽑아 재발을 방지하는 데 인용된다.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에서 물러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직후 국내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대한축구협회는 차 전 감독이 한국 축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자격 정지 5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차범근 전 감독이 주장한 승부조작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소문만 무성했던 특정 팀 밀어 주기 등의 부정행위가 전직 프로 및 대표팀 감독의 입을 통해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명예훼손이라니. 이 사건은 당시 한국 축구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우리나라 K리그 선수들 중 몇몇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선수들이 불법베팅사이트로부터 돈을 받고 경기에서 고의로 패배한 것이다. 경남 창원지방검찰청에 따르면 브로커가 선수들에게 거액을 건네 승부를 조작하게 지시한 뒤 스포츠토토에 거액의 돈을 걸어 부당 이득을 챙기려 했다고 한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해당 선수 제명, 스포츠토토 판매 중지 등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승부조작 근절(根絶)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돈에 취약한 일부선수들을 불법베팅사이트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민구단에서 주로 발생했다. 이는 프로선수들 사이에 금전적인 대우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측면에 있어 15개 구단과 연맹이 노력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선수들 역시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한국 축구 사회는 아직도 승부조작 같은 중요한 문제에 쉬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떠한 반응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프로연맹만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책만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1960년대 축구 강국이었던 버마(현재 미얀마)가 갑자기 쇠퇴의 길을 걸은 것도 승부조작 때문이었다. 한국 축구 사회에서 승부조작이 발본색원돼야 한다. 그래야 한국 축구의 발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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