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을 들고 나왔다. 적지 않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등록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때인지라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대학등록금문제는 국가가 대학교육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방치하는데 근본원인이 있다.

대학교육은 국가의 운명과 미래를 좌우할 만큼 중대한 과제이다. 당연히 국가는 대학교육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져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는 대학교육의 90% 이상을 사립대학에 의존하면서 재정적인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시키고 방치하다시피 했다.

한국의 대학수준이 이만큼이라도 발전한 것은 기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뒤에는 “우골탑”으로 상징되는 학부모들의 희생과 대학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응하여 두 가지 해법을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정부가 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통하여 등록금 인상요인을 줄이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사립대학이 국립대학과 똑같은 역할을 한다면 국가의 지원에 차등을 두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지원에 따른 각종규제와 정부의 간섭으로 대학의 자율성과 창의성, 다양성을 손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관료주의적 간섭 때문에 대학의 자율을 훼손당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 다른 접근방식으로는 학생에 대한 등록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버리는 기존의 학자금 지원방식으로는 안된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생들이 총장실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는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나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식이다.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고 교육복지와 기회균등보장의무를 게을리 하는 정부와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고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이 맞다. 학생과 학부모를 고통의 질곡에서 허덕이게 만든 장본인은 국가의 대학교육에 대한 책무를 게을리 하도록 방치한 정치인들이다.

바로 그 정치인들이 “등록금 상한제”나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은폐이고 책임의 전가에 불과하다. 대학의 경영은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고통은 정부가 나서서 교육복지적 차원에서 해소하여야 한다.

정부의 책임을 대학으로 돌리는 한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대학의 경쟁력도 향상되기 어려울 것이다. 반값등록금정책은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학생과 학부모를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의 악순환에 빠뜨려 권력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천박하고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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