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시대 속에 꽃 핀 예술가의 혼

지은이 윤범모
펴낸곳 동국대출판부
25,000원 / 560쪽
일제 강점기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예술가 집단, 카프(KAPF)와 불교 미술. 이 둘을 선뜻 연결하여 생각하긴 힘들다. 그러나 카프에 소속되어 사회주의 사상과 불교 미술을 적절히 조화시켜 한국 미술사에 중요한 위치에 선 인물이 있다. 바로 정관 김복진 선생이다.

정관 김복진(井觀 金復鎭, 1901~1940)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조소 예술가이며 한국 근대미술의 토대를 이룩한 선구적인 미술작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존작 전무’에 해당하는 작가로 취급되어 조명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당시 일제에 의해 대부분의 작품들이 공출(供出) 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복진 연구’는 예술가 김복진의 작품을 여러 자료 속에서 발굴하여 소개하는 최초 소개서일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당시 예술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개론서와 같다.

이러한 학술적 가치를 인정 받아 ‘김복진 연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11년 우수 학술 도서로 채택됐다.  ‘김복진 연구’는 김복진 선생의 작품의 특징과 시대적 흐름을 정확하고 매우 밀도 있게 짚어 내고 있다. 특히 그가 남긴 일반적인 조소 작품 뿐만 아니라 기념 조형물과 불상 등 그만의 특색 있는 작품을 따로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 윤범모 평론가는 우리대학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미술 평론계에서 큰 영향력 있는 평론가로 주목 받고 있다. 따라서 그의 관점은 기존 예술 비평과는 다른 새롭고 깊이 있는 시각에서 김복진 선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김복진 선생의 조소론은 균형과 조화로 요약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성(慈性) 즉, 사랑을 내면적 지향 세계로 삼았다. 조소 특유의 안정과 그와 대비되는 역동성이라는 두 덕목이 조화를 이룬 것이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책 곳곳에 있는 다양한 작품사진으로 그의 특출한 면모를 알 수 있다.

김복진 선생의 진가는 그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연맹인 카프(KAPF)에 소속되어 있음에도 다양한 작품과 불교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실이다. ‘김복진 연구’에서도 그의 이런 행적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예술가로서의 행보가 아닌 사회주의 사상운동과 그의 옥중 투쟁에 대한 부분도 상당하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의 시대적 상황으로 배척되고 연구되지 못했던 한 예술가의 사회주의적 예술 운동과 사회 운동을 보다 더 심도 있게 다룬다는 측면에서 흥미롭다.

‘김복진 연구’는 예술가의 인생과 작품을 다룬 학술서와는 다른 진중한 지적 유희를 제공한다. 또한 학술적 탐구 뿐만 아니라 암울한 시대 속에 살아온 예술가로서,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는 은은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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