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장애인 외면할 때 입학허락해준 모교에 감사"

▲방귀희(불교81졸) 동문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이곳에서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이 봉행됐다. 이 날 법요식에선 올해로 7번째를 맞는 불자대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는데 이번 불자대상엔 개그맨 이수근, 디자이너 고 앙드레 김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왜소한 몸집의 여성이 보였다. 휠체어를 타고 앉아 있는 모습 덕분에 더욱 왜소해 보이는 그녀. 바로 본교 출신의 방송 작가 방귀희(불교81졸) 동문이 그 주인공이다.

의외였던 불자대상 수상

불자대상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 매해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불교계에 큰 공헌을 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불자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상이다. 사실 그녀는 현재 불교계와 크게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있진 않은데 이번 불자대상 수상에 대한 소감이 어떨까?

“사실 동국대학교를 졸업했지만 불교계에서 큰 역할을 하진 못 했어요. 어찌하다보니 지금의 방송국에서 일하게 됐고 불교텔리비전에서는 단발성 일들만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불교와는 인연이 없는 건가’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때에 이런 상을 받고 나니 기분이 새롭네요. 불교와 스스로가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더욱 감사해요.”

그녀는 현재 ‘솟대문학’의 발행인을 맡고 있다. 솟대문학은 장애를 가진 문인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직접 발간하는 잡지로 지난 1991년부터 지금까지 발행을 계속해오고 있다.

“보통 장애 문인들은 장애가 보통의 장애인들보다 심해요. 특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정말 중증 장애인들이죠. 이런 사람들은 열심히 글을 쓰지만 아무도 봐주지 않아요. 많은 이들이 그걸 보려면 어떤 메카니즘이 필요했어요.”

솟대문학의 초기엔 어디에서도 경제적 지원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장애인들이 모여서 문학을 한다고 하니 누가 거기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어요. 그런데 제가 방송작가로서 프로그램을 여러 개 했었거든요. 일단 그 수입으로 솟대문학에 투자를 했어요.”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솟대문학에서 무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현재는 한국 문화 예술 위원회에서 조금씩 후원을 받고 있다.

방송 작가, 원래 나의 직업

그녀의 원래 직업은 방송 작가이다. 그녀가 현재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KBS 3 라디오의 ‘내일은 푸른 하늘’. 지난 달 13일 30주년을 맞은 ‘내일은 푸른 하늘’은 우리나라 유일의 장애인 전문 라디오 방송이다. 현 직업인만큼 그녀가 이 프로그램에 대해 갖는 애착이 다른 것에 비해 훨씬 강하다.

“방송이라는 게 정보 전달이 주가 돼야 하고 그 다음이 오락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장애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도 어디서 들을 수가 없잖아요. 그들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그녀는 정보전달이 목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인 정보전달의 방송은 아니다. 청취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에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그녀는 이런 소통을 오래전부터 방송의 목표로 삼아왔다. 이런 소통의 일례로 그녀는 송경태 의원(전주시의회 비례대표)을 떠올렸다. 1982년 군복무 중 폭발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송의원은 당시 큰 좌절에 빠져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듣게 된 ‘내일은 푸른 하늘’에서 시력을 잃었음에도 좌절을 극복하고 여러 가지 것들을 해나가는 대학생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생의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은 송의원은 그의 연락처를 얻기 위해 당시 방송 원고 작가였던 방귀희 동문에게 연락했다.

그녀는 기꺼이 그 둘 사이의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그 대학생과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은 송의원은 좌절을 딛고 일어서 현재는 전주시의회 비례대표 직에 있다.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는 일이 아주 좋아요. 그렇게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한계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내가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임감도 더욱 커지죠.”

대학의 유일한 낙은 공부

그녀는 본교 불교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휠체어로 이동을 해야 하는 그녀의 입장에선 일반인들과 함께 대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녀는 80년대의 대학생활을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당시엔 엘리베이터가 없었어요.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전쟁이었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회적, 물리적 장벽들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게 힘들게 건물을 올라서 강의실에 들어가니 공부할 생각밖에 안 들죠. 그렇게 충실히 학과 수업을 듣다 보니 성적도 좋게 잘 나왔어요.”

동국대, 부처님이 준 첫 번째 선물

그녀는 모교에 감사한 마음도 빼놓지 않았다.

“동국대학교엔 항상 고마운 마음이예요. 당시에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수용하지 않는 학교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동국대학교에서 절 받아줬고 제가 일반인들과 같은 교육을 받았다는 것은 굉장히 고마운 일이죠.”

그녀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녀의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불교계와 장애인들의 사회를 위해 힘쓸 그녀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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