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019.11.12 20:57

동대신문

상단여백
HOME 학술 학술기획
축제의 본질은 곧 인간의 본성이다바흐친의 카니발 이론을 통해 본 축제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도래했다. 살랑거리는 봄기운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은 축제의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대학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축제는 흥청망청 놀고 마시는 단순한 유흥의 장인가. 유흥과 유희는 축제의 한 속성은 될 수 있어도 결코 본질은 아니다.

러시아의 문학비평가 미하일 바흐친(1895~1975)은 축제의 숨겨진 속성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는 단순히 놀고 마시는 소모적인 놀이처럼 보이는 축제에서 문학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찾아내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이러한 탐구로서 체계를 세운 이론이 바로 바흐친의 ‘카니발 이론’이다.

그의 ‘카니발 이론’은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작가의 문학적인 특이점을 설명해 주지만 궁극적으로는 문학이론을 넘어 축제의 숨겨진 본질과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로 우리를 인도한다.

카니발은 원래 그리스도교적 전통을 지닌 말이다. 우리말로 사육제(謝肉祭)라 번역되기도 하는데, 카니발은 유럽 등지에서 사순절(四旬節) 직전에 행해지던 전 민중적인 제전(祭典)이었다. 카니발이 끝나면 그리스도 부활 대축일 이전 40일 동안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카니발은 사순절을 앞두고 마음껏 놀아보자는 취지의 축제였다.

바흐친은 카니발을 비롯한 모든 민중적인 축제의 형식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카니발은 해방되고 자유로운 삶을 상징한다. 카니발 시기에는 일상적인 생활 질서가 무너진다. 평소의 삶을 억누르던 모든 금기와 구속과 제재가 일시적으로 유보된다. 사람들은 위계질서, 예절 등 모든 인위적인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저 한데 어울려 먹고 마시는 데에 열중한다.

둘째, 카니발은 거꾸로 된 삶을 보여준다. 모든 금기가 제거된 카니발 공간에서는 엉뚱한 상상, 뒤집힌 논리가 지배한다. 어떤 상식도 관습도 오히려 이 시기에는  불편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이 되어 버린다. 왕이 거지가 되고 거지는 왕이 된다. 신성한 성직자는 모독당하고 천박한 광대는 추앙받는다.

익살과 욕지거리가 경건한 기도를 대신하고 겉과 안, 위와 아래, 앞과 뒤, 우매함과 현명함이 수시로 자리를 바꾼다. 권위는 추락하고 엄숙주의는 조롱당한다.

그러면 이렇게 뒤집히고 해방된 축제의 형식에서 바흐친은 어떤 의미를 찾아냈을까. 카니발은 단순히 감각적 쾌락을 배출하는 통로가 아니다. 또한 기존의 질서를 뒤집고 권위를 조롱하는 것은 카니발의 한 단면일 뿐 결코 카니발의 참된 의미는 아니다. 바흐친은 이러한 해석과 분류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며 한 발짝 더 진보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바흐친은 소란스럽고 무질서한 카니발에서 상생과 공존의 원리를 발견한다. 본래 카니발이라 불린 전통적 사육제는 교회력(敎會曆)으로 연중 가장 심오한 고난의 시기인 사순절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카니발이 보여주는 극도의 자유분방함은 곧이어 시작될 사순절의 참회와 극기가 함의(含意)되어 있다. 같은 원리에서 카니발이 가진 역전의 발칙함, 전복의 위험함은 결국 긍정적인 의미와 경계를 접한다. 카니발은 긍정하기 위해 부정하고, 존중하기 위해 조롱하며, 올라오기 위해 내려가는 역설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카니발 속에서 삶은 곧 죽음이요, 죽음은 또한 삶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흐친은 카니발적인 세계관의 핵심을 ‘교체와 변화, 죽음과 갱생(更生)의 파토스’라 부른다. 요컨데 카니발은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부활과 갱생의 축제라는 것이다.

바흐친은 이러한 카니발의 본질을 한층 더 확장하여 인간 의식의 대화적인 관계로 연장시킨다. 그의 유명한 ‘대화주의’는 카니발 이론에서 출발한다. 대립적인 것들의 공존은 인간의 삶 자체가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과 관련하여 그 어느 것도 일방적인 관계 속에서는 존속하기 어렵다. 일방적이고 독백적인 관계는 종국에는 파멸로 치달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흐친이 축제를 탐구하면서 찾아낸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였다. 모든 것이 역전되고 흥청망청 노는 축제 속에 숨겨진 의미는 결국 대화와 관계 속에서 삶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 그 자체였던 것이다. 바흐친의 카니발 이론은 세상사의 찌들고 일상에 주눅 든 우리 대학생들에게 축제가 곧 삶이요, 삶이 곧 축제라는 긍정적 명제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듯하다. 

배종성  인턴기자

<저작권자 © 동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