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인간의 확장, 인간과 영원할 존재

 

지은이 움베르트 에코, 장 클로드 카리에르
옮긴이 임호경
펴낸곳 열린책들
10,000원 / 320쪽
 “종이책이 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한 발명품으로서 책의 본질(本質)’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죠.”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따분한 주제일 것 같지만, 책을 바라보는 움베르트 에코와 장클로드 카리에르의 통찰력은 주목할 만하다.

 

그보다 다소 산만하게 전개된 대담(對談)에서 회자 된 책과 관련된 뒷담화가 더 흥미롭다. 에코는 “이미지의 시대로 회귀할 것 같았던 세상이 인터넷의 출현으로 인해 다시 문자의 시대로 회귀했다”고 말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책은 세간(世間)의 염려와 다르게 오히려 그 자리가 확고해졌다. 책은 인간의 확장이고, 책의 확장은 인터넷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방대한 정보를 검증하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으로 소급된다. 에코는 책과 인간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글은 손의 연장(延長)으로 간주 될 수 있고, 이런 의미에서 글은 거의 생물학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것은 신체와 직접 연관 된 소통 기술입니다. 일단 한번 발명되고 나면 우리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지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바퀴를 발명한 것과도 같아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바퀴는 선사 시대의 그것이에요.”

이에 카리에르는 “오늘날만큼 쓰기와 읽기에 대한 필요성이 더 절실한 때는 없었어요. … 읽고 쓸 줄을 모른다면 컴퓨터를 사용할 수가 없으니까요”라고 답한다.

대담에 따르면 종이책은 과학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이 시대에서도 그 위치를 지켜오고 있다. 플로피 디스켓에서 CD롬, USB 이제는 태블릿 PC까지. 불과 50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일어난 기술의 진보에서 이전의 정보기억매체들은 설 자리를 잃어간다.

인쇄술이 발명된 육백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인류의 기술의 진보 속에서도 책은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媒體)다. 다만 이 대담은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대중화 되지 않았던 2009년에 이뤄졌다. 스마트폰과 활자문화, 그리고 책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 다소 아쉽다.

고서를 모집하기 좋아하는 두 사람은 단지 책의 영생(永生)에 대한 이야기만을 나누지는 않는다. 책의 우주라는 제목답게 책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들이 망라되어 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방법은 책을 잘 읽지 않는 현대인이라면 눈여겨 볼만 하다.

문화는 기억을 망각하며 책을 통해 선별해온 것이라는 논의에서부터, 많은 책들이 검열로 불타 없어졌던 역사, 두 지성인이 책을 사랑하게 된 사연까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정도는 관심 있게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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