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변화유도는 긍정적, 기준은 재검토 필요한 시점

카이스트 학생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대학사회의 경쟁만능주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 이런 경쟁만능주의를 부추긴 광풍의 시작점이 언론사의 ‘대학 줄 세우기’식 대학평가 때문이라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평가는 1990년대 대한교육협의회와 중앙일보가 시작한 이래로 최근 경향신문과 조선일보까지 사업에 뛰어들어 마치 대학이라는 시장을 둘러싼 언론기업의 이전투구의 장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94년 일간지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평가를 시작한 중앙일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하고, 대학 간의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로 대학 평가 사업을 시작했다.

매해 창간기념일을 기해 상당한 양의 지면을 할애해 특집으로 보도할 정도로 큰 사업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때가오면 대학가를 긴장케 하고 있다.

대학평가가 가져온 긍정적 변화

대한민국 모든 대학이 그 앞에 초연 할 수 없는 ‘대학평가’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우선, 그동안 보수적이고 정적이던 대학들을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게 했다. 특히 대학평가의 중요한 잣대인 글로벌화, 교육여건에 대한 발전이 눈에 띈다.

실례로 우리 학교의 경우 국제화 부분의 평가가 2005년 40위권 밖이었던 것에 비해 2010년 평가에서는 17위(중앙일보)위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어강의를 강화하고 해외대학과 학술교 류협정을 확충하면서 국제화 평가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또,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경우 교육여건에 대한 평가가 400점 만점에 100점의 큰 비중을 차지해 강의실 확보, 교육기기의 교체, 학생 편의시설 확충 등의 변화를 가져왔다. 소극적이었던 대학의 양적 투자가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이를 위해 기부금 확보 노력, 산학협력 등 대학 스스로의 성장 노력도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산업협력의 다각화로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실용적 교육이 강화됐다. 또한 효율적 대학운영을 위한 교직원들의 성과평가시스템 도입, 대학 교수들의 연구 촉진, 경영마인드 도입으로 대학경영의 효율성 증대 등의 변화가 대학에 파급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성과 중심의 변칙적 시도 난무

하지만, 대학평가가 남긴 결과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경쟁의 과열과 평가기준의 모호성, 상업적 이용으로 인한 문제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는 ‘교육’을 계량적 잣대만으로 대학의 ‘줄’을 세우려는 것에서부터 발생한다.

사회는 대학의 빠른 순위 성장을 원했고,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눈에 보이는 성과가 필요했다. 이런 이유때문에 대학가에서는 평가를 둘러싼 여러 변칙적 시도들이 난무(亂舞)하게 됐다.

학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면 영어강의로의 전환, 자격을 고려치 않은 무조건적 외국인 학생 유치는 국제화 지수 상승에 치중한 나머지 교육의 질을 놓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영어강의에 대해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따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국제화 지표의 기준강화로 인한 무분별한 외국인 학생 유치도 문제로 지적된다. 양적으로 크게 늘어난 외국인 학생들에 비해 학과 수업을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학생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이 이미 1천명을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학사관리나 학생지도가 제대로 안돼 외국인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내국인 학생들과의 갈등을 유발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기자가 만났던 한 외국인 학생은 “한국의 대학을 선택한 이유는 학비가 저렴하다는 것 뿐이며 다른 이유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대학들의 마구잡이식 외국인 학생 유치가 어떤 상태에 이르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또, 성과 위주의 평가 때문에 소위 ‘돈이 되는 학과’와 ‘돈이 되지 않는 학과’간의 양극화 문제도 심각한 현상중 하나다. 단기적인 성과나 돈이 되는 성과를 내기 힘든 기초학문 학과들이 학내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다.

또, 학과 통폐합으로 인해 소위 돈이 안되는 학과는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특히 각과을 받고 있는 실용학문의 기초가 되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기초과학 등의 기초학문의 위축은 심각한 문제로 평가된다.

대학 특색에 따른 평가기준 마련해야

획일적인 평가 기준도 문제다. 대학의 규모와 그 특색이 모두 같을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인데 비해 그 다양성을 아우르지 못하고 같은 잣대로 모든 대학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학예산의 상당량을 정부나 지자체로 지원받는 국 공립대와 학생등록금에 재원을 의존하는 사립대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국 공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저렴하고 대학의 특성상 교사신축이나 교육여건 개선에 정부와 지자체가 여러 특혜를 주고 있음에도 사립대와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대학규모가 큰 종합대학과 일부 단과대 중심의  중소규모 대학을 일률적으로 비교해 평가하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대학의 규모와 특성화 정도를  구별해 평가하지 않으니 대학들이 같은 평가기준에 맞춰가게 되어 대학들이 획일화 되어가고 있다는 논란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학의 ‘다양성’과 ‘특성화’를 살릴 수 있는 대학평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의 특색과 규모, 성격에 따라 평가기준을 차별화하고 그 안에서의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를 반영시킬 수 있는 기준을 세워 연구뿐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대학교육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순위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동문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총장이 이사회에 불려가기까지 한다는 풍문이 들릴 정도로 대학평가 순위에 대한 관심은 과열돼 식을 줄 모른다.

그러는 사이 대학교육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경계는 점점 모호해 지고 있다. 현재의 대학평가는 대학을 상업적 기준으로 획일화하고, 교육의 주체들을 교육현장에서 소외시키는 폐해를 낳고 있다. 현재의 대학평가가 오히려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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