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완전 독립체가 돼야한다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이번 학기부터 오랫동안 해오던 대학 수업을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람들이 물어보면, 별 돈이 안 되어서라고 대답을 하지만, 그건 겉 얘기이고, 속 얘기는 학생들을 보기가 너무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렇다. 지금 한국의 대학은, 대학도 아니다. 대학에 무슨 교육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 대학에 교육은 없다. 자, 잠시 상황을 살펴보자.  

조금 괜찮은 대학은 이미 취업학원처럼 된지 오래이고, 그 상황은 대학원도 마찬가지이다. 공기업 같은 곳에서 가산점을 준다는 이유로, 대학원도 벌써 취업학원으로 변했고, 그렇지 않은 학과는 입학정원 채우기도 어렵다. 조금 급이 떨어지는 곳은, 이번에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간부들에게 학위 주는 거래의 현장이 되어버렸다. 위탁교육 혹은 연구자금을 둘러싼 거래, 그 속에 학문은 없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학생은 가난하고, 교수는 부유하고, 대학은 부강하다. 가난한 학생들을 쥐어짜서 강한 사람들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어버렸고, 수업은 형식적이고, 남은 건 취업의 현장일 뿐이다. 대학이 학문이 아니라 학벌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다지기 위한 곳으로 이해되는 현재, 대학 개혁이라는 것은 허울 좋은 소리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비슷한 일들이 유럽에도 60년대에 아주 광범위하게 펼쳐졌었다. 유럽 우파들도, 전후 복구과정에서 지금의 한국 보수주의자들과 똑같은 짓들을 했다. 작당하고, 패거리질하고, 사실은 내부에서 부패한, 지금 우리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아주 똑같았다. 당연히 대학은 부패했고, 장사에만 급급했다. 그때 고등학생들이 분연히(!) 일어나, 결국 국가는 붕괴를 막기 위하여 대학 국유화와 무상 교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대학이 숫자로 불리게 된 건, 바로 그 때 총장들이 번호표 뽑기를 했기 때문이다. 총장들이라고 그런 걸 하고 싶었겠는가? 그러나 68혁명 때의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진짜 무서웠었다.

지난 수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대학 무상교육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주로 국립대학을 먼저 무상으로 바꾸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학들을 정부가 지원해서 대학 무상교육을 실현하는 방안이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등록금을 줄여야 할까봐, 서울대는 시급히 법인화를 시도했고, 이제는 국립대학도 아닌 방향으로 간다. 나도 이런 방안을 지지했었는데, 최근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궁극적으로는 전체를 무상으로 하는 게 맞지만, 단기 방안으로 일단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인기가 없는 과들, 예를 들면 국어나 국사 혹은 물리학과 같은 과단위로 먼저 무상교육을 실시하면 어떨까 싶다. 상대나 법대 등 인기 좋은 학과는 조금 천천히 무상으로 가도 될 것 같다. 국립과 사립이 혼재된 한국 상황에서, 프랑스처럼 전면 국유화를 요구할 그 사회적 주체가 우리한테는 없다.

현실적으로는, 몇 개의 비인기 학과부터 무상으로 전환하고, 점차적으로 그 범위를 넓혀서, 길게 보면 10년 내에 대학 교육도 무상교육으로 바꾸는 게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대학을 상업성으로부터, 국가의 직접 관리로부터 점차적으로 독립시키다보면, 한국 대학이 세계적 대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쥐어짜기 방식, 그걸로 대학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고, 자살만 더 늘어나게 된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지금의 중학생들이 대학에 갈 때쯤, 어느 정도 가시적인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게 내 희망이다.

등록금, 이 문제가 68혁명의 도화선이었다. 우리에게도 그럴까? 역사적 변화의 순간으로 우리는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등록금은 상징적 등록금 수준으로 낮추어지고, 대학 식사에 보조금이 나오는 장치, 유럽은 2만불 이전에 이런 변화를 만들어냈다. 지금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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