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결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최근에 일부 대학에서 대단히 거칠고 무자비한 집단적 폭력행위들이 벌어져서 대학내 구성원에게는 물론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과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사그러들 줄 알았던 대학 내 폭력이 재현되고, 동료인 학우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이 행사됐다는 점에, 우리 모두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른바 4-50여년에 걸친 압축성장속에서 그야말로 앞만 보며 달려온 우리 사회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후유증과 부작용들이 쌓여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우리 사회 도처에 만연된 폭력문화이다.

한 예로 범죄는 수많은 비행이나 일탈적 행위들 중의 극히 일부이며 크게 폭력범죄와 재산범죄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전체 범죄들 중에서 재산범죄와 폭력범죄의 발생비율을 보면, 선진국들의 경우 대략 9 對 1, 8 對 2 정도인데 비해 우리는 1.3, 1.4 對 1 이나 거의 1 對 1 의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비율이 지난 수십년 동안 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나는 폭력범죄가 이럴 진대 그 근저의 빙산을 이루고 있는 폭력성향은 더 말해 무엇하랴.

우리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반인륜적이며 파괴적인 폭력범죄들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폭력행위들은 더 이상의 부연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폭력에 관해 변치 않는 규칙들 중에 하나는 ‘폭력은 또다른 폭력을 불러오고 또 타인에게 전이된다’는 것이다.

과도한 폭력행위, 가정폭력, 성적학대 또는 언어폭력 등의 피해경험자들이 훗날 또다른 가해자들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은 이를 잘 반영해 준다. 대학사회라고 이러한 폭력성향의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 대학사회는 ‘지식의 전당’이나 ‘상아탑’이라고 하는 고귀한 상징이 이미 퇴색되었고 대학 밖에서 밀려오는 과도한 상업화와 세속화의 파고 속에 파묻힌 지도 오래됐다. 더 이상 일반사회와 격리되어 있지도 않다.

우리 대학사회도 목적과 수단에 대한 깊은 고려없이 그야말로 경쟁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싸움터가 됐다는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곳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스며들 여지가 대단히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반 사회가 비폭력적인 사회로 순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대학인들도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폭력화 물결속에서 폭력을 무비판적으로 흡수·수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대학인 스스로 강도 높은 내면적 규제와 정화를 위한 항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어떠한 이유나 동기를 불문하고 동료나 선후배 간의 폭력적 사고나 행동에 대해 외면과 관용은 절대 금물이다. 오히려 서로를 질책하고 금기시하는 풍토와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사회 밖의 폭력적 현상에 대해서도 분명하면서도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여야 한다.

즉 외부 세계의 폭력적 현상에 강한 경계심을 유지하면서 대학인 스스로를 지키려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 한 대학사회 역시 또다른 폭력의 희생자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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