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 기자

▲백룡어복(白龍魚服)이란 흰 용이 물고기의 옷을 입는다는 뜻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 서민의 옷을 입고 미행(微行)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용은 신분이 높은 사람, 어부는 평민을 의미한다. 즉, 구중궁궐(九重宮闕)에서 사는 왕은 신하들이 전하는 것만으로는 백성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는지 알지 못해 민심을 제대로 읽기 위해 서민행색을 하고 그들의 삶을 엿본다는 뜻이다. 민심은 천심이므로 때때로 왕은 평민복으로 갈아입고 궁궐 밖으로 아무도 모르게 나가 백성들의 삶을 몸소 알려고 했던 것이다. 민심을 잘 살펴야 올바른 정사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이뤄졌던 4.27 재ㆍ보궐선거에서 사실상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패배했다. 최대 격전지인 성남 분당을과 강원도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승리로 선거가 막을 내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재보선 최대 승부처로 꼽혀온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선에서 민주당 대표인 손학규 후보가 51.0%의 득표로 48.3%를 얻은 한나라당 전 대표인 강재섭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그리고 민주당은 MBC 사장 출신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강원도지사 보선에서도 최문순 후보가 51.0%의 득표로 46.6%를 얻은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에 승리했다. 전남 순천 지역 국회의원과 강원도지사를 뽑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텃밭인 분당과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지역이었던 강원을 빼앗김으로서 패배했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4·27 재보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여느 재보선 선거보다 뜨거웠다. 잠정 투표율 39.4%를 기록해 2000년 이후 치러진 재보선 중 역대 3번째로 높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전국 38개 선거구에서 실시된 재보선 투표를 마감한 결과, 전체 유권자 320만 8954명 중 126만 4355명이 투표를 마쳐 39.4%의 투표율을 보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재보선 선거의 결과는 그동안의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냉정한 심판이다. 국민들은 현 정권과 한나라당에 대해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었지만 현 정권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지방선거 패배 후 “선거 결과를 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고 말했으나 변한 것은 없었다. 물가ㆍ전세ㆍ구제역ㆍ실업 대란,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 정책의 실패는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현 정권과 여당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계기삼아 백룡어복의 자세로 국민들의 뜻과 생활에 관심을 갖고 변화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치는 결국 국민들에게 외면 받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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