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고, 진실한 내면에 다가서다

‘독서산책’ 칼럼을 청탁 받고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일반적인 책 말고 뮤지컬에 관련된 것을 소개해 주고 싶다는 것 이었다. 뮤지컬 악보나 그에 관련된 서적으로 꽉 차있는 나의 책장에서 과연 뭐가 좋을 까 고민 하던 중에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소설이 눈에 띄었다.

내가 공연 때 불렀던 아름다운 곡들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고 드라마의 감동이 함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책을 보며 기억을 상기 시켜 보았다.

너무나 유명한 ‘오페라의 유령’이란 제목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라는 뮤지컬 거장이 만든 작품으로 대부분은 뮤지컬 작품으로 먼저 만났을 것 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20 세기 초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1868~1927, 당대 최고의 프랑스 추리 소설 작가)’의 공포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의 오페라 극장에 출몰하는 유령에 관한 이야기로 다른 추리 소설과는 다르게 사건의 나열을 순차적으로 푼 다기 보다 인간의 본질적인 갈등을 다루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는 작가의 주장이 각주나 여러 가지 소설기법을 통해 제기 되고 있으며 읽으면서 재미를 더해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선천적인 기형을 갖고 태어난 에릭, 오페라의 유령이란 명목 하에 오페라의 프리마 돈나인 크리스틴 다에를 짝 사랑 하게 된다. 오페라의 디바 카를롯다를 제치고 주연을 맡게 된 크리스틴. 그녀 능력의 배후에는 에릭(유령)이 있었으며 여러 상황들이 크리스틴을 도와 최고의 디바가 되게 한다.

그런 크리스틴이 어릴 적 동무였던 라울과 사랑하게 되면서 에릭의 질투심과 사랑의 아픔은 커져 가고 크리스틴을 갖기 위해 벌이는 여러 가지 위험한 사건들이 일어나게 된다.

항상 극장 2층 5번 박스 석에 있겠다며 그 곳을 비워 달라고 극장주에게 요구 하는 한편, 공연이 무사히 끝나길 바라는 극장주는 에릭이 요구하는 돈을 매월 지급 하게 된다. 

결국 에릭은 크리스틴 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지만 죽어가기 직전의 그의 대사는 뮤지컬 마지막 장면과 오버랩 되어 가슴이 저려 온다.(뮤지컬 상에는 에릭이라 불리지 않고 그냥 유령이라고 불리운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그 이지만 인간 내면의 고민이나 그가 왜 그런 생황에 처해 있는지 알아갈수록 작품 속 캐릭터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그를 이해해야 할지, 질책해야 할지 읽는 내내 고민스러울 것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추하고 흉측한 외모 때문에 지하 깊은 곳 자신의 요새에 숨어 타고난 재능을 감추고 악을 행하는 방법으로 현실 세계에 나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를 더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에릭이 라울과 같은 출중한 외모를 갖고 있다면 아니, 그저 평범한 얼굴 이었다면 그 누구보다도 관심 받고 사랑받는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에릭의 사랑을 이해하고 그에게 그런 질책 보단 사랑을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 속 인물 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 고 있는 이 현실 세계 또한 똑같지 아니한가! 진실한 내면을 알기 이전에 겉모습으로 서로를 판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뮤지컬 마지막 장면은 유령이 마술처럼 사라져 버리지만 소설에선 에릭이 사망하게 된다.

 머릿속에서 읽는 내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음악이 흐르면서 책 속에 더욱 빠져들었던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 공연이 얼마 전 막을 내렸지만 기회가 된다면 소설을 읽고 다음 있을 공연을 본다면 감동이 더욱 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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