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대학생들의 자살 원인

 

조상식
교육학과 교수
최근 한 달간 카이스트 대학생 4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져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꿈을 피우지 못한 채 떠난 망자(亡者)를 애도하고, 이제 남은 우리는 냉정하게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예방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개인의 자살이 집단적 이슈가 될 때 사회적 전염병처럼 확산될 수 있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도 방지해야만 한다.

 

원인 분석 통해 재발방지 대책 세워야

최근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고전인 ‘자살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뒤르켐은 자살을 “죽은 사람 자신의 행위로 인해 살인자가 바로 피살자가 되는 것이며, 자살자 자신이 그 결과를 알면서 저지른 ... 행위의 직접적 및 소극적 결과로 인한 죽음의 유형”이라고 규정한다.

사회학자에게 자살이 학문적 관심이 되는 근거는, 자살 사건이 사회 전체적으로 이슈화되는 경우이며 자살 그 자체가 하나의 통일성을 지니고 있고 그에 따른 고유한 본질을 가진 새로운 사회현상이라는 데 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자살의 원인은 당사자인 개인이 아니라 특정 사회의 ‘자살 경향성’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구조에서 자살의 원인을 찾는 뒤르켐 전통의 관점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자살의 원인을 신경 호르몬의 이상(異狀) 작용에서 찾는 신경정신과적 접근도 여전히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효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또한 철학적 견지에서도 그러한 ‘개인 귀착론’의 흔적이 없지만은 않다.

이를테면 피상적인 사회적 삶의 정상성(正常性) 자체에 대해 스스로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되고, 이제 처음으로 진지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극심한 혼돈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실존적 체험의 극단적인 국면이 바로 자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살 행위는 한계상황, 즉 논리적 패러독스 지점이다.

왜냐하면 자살 직전으로까지 치닫는 개인의 자기절망이 바로 자아탐색의 전환을 맞이하게 해주는 지점이지만, 정작 자살을 하게 된다면 ‘전면적인 자아의 개안(開眼)’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실존철학은 자살을 생각하는 개인의 극심한 고통 자체를 치유해주지는 못하지만 절망에 처한 ‘세계 내 단독자(單獨者)’의 외로움을 이해해야함을 촉구한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난 다음부터 자살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사회적이어야만 한다. 다시 뒤르켐의 생각으로 돌아가자. 그에게 자살의 원인은 연대감이라고 일컬어지는 ‘사회적 응집력’의 약화에 있다. 여기에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그 각각의 원인을 분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회가 자살 강요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첫째, 이기적 자살은 사회적 자아에 비해 개인의 자아가 지나치게 강한 경우에 벌어진다. 강한 주체성이 자살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지나치게 만연된 사회에서 이러한 유형의 자살이 흔하다. 그래서 이를 예술가적 자살이라고 부를 만하다.

둘째, 이타적(利他的) 자살이다. 이는 사회가 자살을 강요하면서 일어나는 유형으로서, 여기서 개인에게 부과된 의무가 강제성을 띠는 사회적 조건이 문제가 된다. 대체로 개인적 행위의 목표가 집단으로 수렴되는 사회에서 흔한 자살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아노미적 자살이다. 이는 전통적인 규제가 해체되면서 사회가 무(無)규율, 즉 아노미(anomie) 상태에서 자살이 빈번해지는 경우이다. 이 세 유형에서 본다면, 카이스트 대학생의 자살 사건은 대체로 두 번째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개인의 삶이 경쟁과 성과에 강제되선 안돼

오늘날 대학들이 극심한 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가시적인 대학의 성과를 위해 구성원들의 모든 삶이 강제되는 상황이 자살을 낳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혹자가 비유하듯이, 우주선에 실려 간 토끼마냥 산소실험의 극한 상황에서 토끼들은 개인차에 따라 차례차례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나 대학생 개인에게 인내만을 요구하는 것은 잔인하다. 이제 그들의 삶을 둘러싼 각종 사회장치나 인간관계 방식을 재점검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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