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학생 4명의 자살의 의미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을 추모하는 모습.

올들어 카이스트(KAIST)에서 4명의 학생이 잇따라 자살했다. 2달여 남짓한 시간에 4명의 학생들이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잇따른 학생들의 자살과 관련해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대학의 존재이유와 교육의 목적, 성과와 경쟁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대학교육을 둘러싸고 이뤄져온 많은 정책과 변화들이 도마에 오르는 양상이다.

특히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경쟁을 중심으로 한 대학교육은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카이스트를 비롯한 많은 대학 사회에서 대학교육의 본질이 경쟁에 있지 않다는 주장들이 봇물터지듯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남표 총장이 학생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내세웠던 징벌적 등록금제의 경우 폐지가 선언되는 등 균열이 생기고 있다. 카이스트의 징벌적 등록금제도는 학생들이 3.0이하의 학점을 받게 되면 0.1학점당 6만원의 수업료를 내는 제도다.

서 총장에 의하면 이 제도의 취지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이 제도에 대해 다른 입장을 취했다. 카이스트의 한 자퇴생은 징벌적 등록금제가 학생들을 공부에 집중하게 한다기 보다는 학점만을 따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여론은 대학의 이러한 실태가 단순히 카이스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스펙으로 대표되는 학점을 둘러싼 폐해는 한국의 모든 대학에 걸친 문제라는 것이다.

징벌적 등록금제만 놓고 보면 카이스트의 특수한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스펙을 놓고 주위의 친구들과 경쟁하는 대학생 전체의 문제로 놓고 보면, 결코 카이스트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대학 법대에서도 13일자로 학업이 아닌 학점에 목매게 되는 수업방식에 대해 토로하는 대자보가 나붙기도 했다. 사건 이후, 서남표 총장은 지난 8일 오후 학생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서총장은 학생과의 개별면담에서 “미국의 명문대 자살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발언에 학생들은 서남표 총장이 현 사태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며 “학생들이 지나친 경쟁구도에 내몰리면서 힘들어 하는데도 총장은 여전히 정신적인 자세만을 운운한다”며 서총장이 사태의 본질을 잘못짚고 있다고 꼬집었다.

8일 서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조국 서울대 교수는 10일에 다시 트위터를 통해 현 대학의 실태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는 서총장이 무한경쟁과 강박적인 제도를 창설해 이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고, 이러한 방식이 대학 개혁의 표본으로 상찬되고 있다며, “취업학원화”된 대학과 기업화된 대학 운영에 대한 성찰과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의 한 교수도  “단순히 카이스트 사건으로 국한시키기 보다는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문제임을 자각하고 대책에 대한 고민을 함께 강구해 봐야할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대 3학년에 재학중인 한 공대생은 전화인터뷰에서 “기업적 사고보다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재학중인 한 학생도 “꿈이 있는 대학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학점과 졸업요건에 맞춰 영어수업을 들어야하는 상황에서 내가 과연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카이스트에서 시작된 대학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시작이다. 대학의 존재이유와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철학과 대학교육의 내용에 대한 대학인들의 성찰과 논의가 확산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학이 지금 어디에 와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 지에 대한 처절한 문제제기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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