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즉 옛 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연암 박지원 선생이 설파(說破)한 말로 옛것을 알아야 새것을 안다는 뜻의 온고지신(溫故知新)에 비해 적극적인 의미를 지닌다.

▲지난 12일 신라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쌍화점’ 등 영화 의상을 제작한 한복(韓服) 디자이너 이혜순 씨가 한복을 입고 레스토랑을 찾았다 출입을 거부(拒否)당한 것이다. 한복이 호텔 드레스 코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트위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신라호텔을 둘러 싼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결국 신라호텔 측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복과 관련된 이번 논란은 쉽게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외규장각 도서 297권 가운데 80여 권이 지난 14일 한국에 돌아왔다. 이는 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약탈(掠奪)한 후 145년 만의 귀환이다. 물론 이번 환수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규장각 도서는 조선 왕실의 장례, 혼례, 세자 책봉 등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의궤로 해외 문화재 환수의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귀환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5년 단위의 대여갱신이라는 방식이 문화재 영구반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복과 외규장각 도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귀중(貴重)한 문화유산(文化遺産)이다. 이번 두 사건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이유다. 그동안 문화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나라는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몽고족의 원나라가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호텔이 한복을 거부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태도였다. 또 외규장각 도서의 경우, 환수가 아닌 대여갱신의 방식이 된 것도 아쉽다. 우리가 나서서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문화유산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화유산은 단순히 옛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거울이 될 만한 것들이다.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법고창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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