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 소장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가 돌아온다. 외규장각 환수운동을 한 필자는 기쁘기보다는 침울하다. 우리정부와 프랑스정부 간 합의문을 보면 합의가 아니라 제2의 치욕적인 병인양요라고 말하고 싶다.

프랑스 의회의 비준도 받지 못한 즉 근무지를 불법이탈 한 군대를 동원하여 수많은 조선의 양민을 학살하고 우리의 귀한 국가기록인 의궤와 건물, 문화유산을 태우고 약탈한 행위에 대해 우리정부는 프랑스로부터 사과 한마디 받지 못했다. 이점은 두고두고 굴욕적인 협상이라는 국제 망신이 될 것이다.

합의문 제1조에는 “5년 단위의 대여”라고 분명히 명기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정부의 외교통상부는 암묵적인 영구대여라거나 반환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해외토픽감이 되어버린 한미 FTA 번역 오류에서 보듯이 외교통상부의 번역에 대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국가 간의 외교합의문에 “대여”가 “영구반환”으로 둔갑하는 곳은 아마도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합의문의 불어본을 공개하여 번역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며, 아직 공개를 못 하 고 있는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합의문도 불어본과 번역본을 모두 공개해서 한 줌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

불어본에 들어있는 내용은 외규장각 도서가 5년 후면 다시 프랑스로 간다는 것이며, 그 기간 프랑스에 전시되는 우리의 국보문화재는 볼모로 잡혀있게 되는 형국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신종등가교환”이다.

합의문 제4조에서는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다. 제4조는 “프랑스의 한국에 대한 의궤들의 대여는 유일한 성격을 지니는 행위로서, 그 어떤 다른 상황에서도 원용될 수 없으며, 선례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이는 문화재 반환요청 관련 당사자들을 대립되게 했던 분쟁에 최종적인 답이 된다” 라고 했는데, 프랑스는 “대여” 외의 다른 방식으로는 문화재 반환을 안 하겠다는 뜻이며, 외규장각 도서 이외에 약탈당한 문화재와 기타 약탈당한 문화재 들은 돌려주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분쟁의 최종적인 답이라는 것은 “문화연대가 제기한 소송”과 “한국 시민단체나 연구진들의 반환 운동을 중지해야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내정간섭이요 한국을 우습게 보는 21세기 프랑스에 의해 저질러진 제2의 병인양요라고 단언할 수밖에 없으며 1960년대 굴욕외교의 한 단면이었던 한일회담의 재현이다.

합의문 제5조를 해석해보면 대여 받는 외규장각의 국보 문화재 지정은 절대 불가하며, 전시를 하는 것도 프랑스의 합의(허가)를 받아야하며 귀환 환영행사도 프랑스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대여 받기위한 모든 비용은 한국 측 부담이라고 제6조에 명기되어있다.

이탈리아는 오벨리스크를 에티오피아에 돌려줄 때 이탈리아 정부 비용으로 보냈다. 병인양요 때 빼앗아 갔던 다량의 은궤는 거론도 못하면서 모든 비용을 우리 부담으로 해야 한다.

14일 도착했던 외규장각에 대해서 한국 측 연구자(보안담당자)가 동승하지 못했다. 국보급 외규장각 도서가 돌아오는데 프랑스측이 주는 대로만 받아와야 하는 것은 프랑스 소유 문화재를 빌려주기 때문이며, 우리의 보안담당자가 탑승해서 호송해야만 한국의 문화재 즉, 반환이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시민들의 외규장각 환수운동에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고 단1원의 예산도 지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환수운동과 소송을 통해서 한국 정부가 포기한 외규장각의 소유권을 찾아오는데 더욱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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