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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7일간 뜨겁고 짧은 사랑을 해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면 동양에서는 3일간의 애끓는 러브스토리가 전해져 내려온다. 바로 남산에서 시작된 원효와 요석공주의 이야기다.

오는 22일부터 6월 12일까지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원효’가 부처님 오신 날과 MBC창사 50주년을 기념해 올림픽공원 금융아트홀에서 펼쳐진다.

신라시대 최고의 미남미녀로 꼽혔던 원효와 요석공주의 운명적인 러브스토리는 이러하다. 원효가 하루는 미친 듯이 거리에서 외치기를,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 줄 건가, 하늘 받칠 기둥을 깎으려 하네”라고 하니 수많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열왕은 원효가 귀한 집 딸을 얻어 아들을 낳으려는 뜻을 알아챘다.

이에 적당한 신붓감을 고르던 무열왕은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가 된 둘째딸 요석공주를 떠올리고 궁중의 관리를 시켜 원효를 불러들이라 명한다. 월정교(月精橋)에서 원효를 만나게 된 관리는 일부러 원효를 다리 아래로 내몰아 옷을 적셨다.

젖은 옷을 말린다는 핑계로 3일 동안 요석공주와 원효는 꿈같은 나날을 보내게 되고 신라 10대 현인의 한명인 설총을 낳는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한편 뮤지컬 ‘원효’는 가수 겸 배우로 활동 중인 이지훈과 얼마 전 KBS2‘남자의 자격’에서 발군(拔群)의 실력을 보인 선우가 발탁됐다. 이어 드라마 ‘궁’의 OST를 담당했던 작곡가 김연보의 음악, 최고의 뮤지컬 안무가로 손꼽히는 이란영의 안무, 이문열의 대본 감수가 모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공연의 제작 담당을 맡은 BBS 박원식 보도국장은 “불교가 어려울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을 깨트리기 위해 최대한 극적이고 재미있게 제작했다”며 “무려 32억 원의 제작비가 투자됐다”고 밝혔다.

또 불교계의 첫 상업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귀추(歸趨)가 주목된다.  ‘모든 것에서 거리낌 없는 사람이라야 한 길로 삶과 죽음을 벗어날 수 있다(一切無碍人 一道出生死)’ 원효는 요석공주와 결혼하여 파계하고 자신을 ‘아랫것 중의 아래’, 소성거사(小姓居士)라 자신을 낮춰 요석공주뿐만 아니라 만인과 소통하고 사랑했다.

만물이 역동(力動)하는 봄, 듣기만 해도 설레는 연애의 시대다. 벽을 넘어 역사를 새롭게 쓴 원효와 요석공주의 애절한 희대(稀代)의 사랑, 1400년이 지난 지금 뮤지컬 ‘원효’를 통해 조금이나 가늠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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