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통해 욕망과 감정 다스리는 법 설명

서점 가판대에서 지나치듯 ‘000 00 연습’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잠시 ‘자기계발서인가?’ 하고 생각했다. 연습이라는 뒷 글자가 마음에 걸린 것이다. 그리곤 잊었다.

다음 날 길을 걷다 가판대에서 다시 한 번 이 책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시원하게 웃고 있는 스님이 눈길을 끌었다. 기분이 묘했다. 청아한 하늘을 배경으로 웃고 있는 이 사람. 무슨 말을 하던 받아주겠다는 듯이 환한 표정의 스님이 말을 걸어왔다. “너 왜 그렇게 화가 났니?”

베스트셀러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마음에서 자꾸 화가 나는 구조를 설명하고, 행복을 막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스려 평온해지는 법을 제시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에서는 욕망, 분노, 방황이 발생하게 되는 예시와 성향을 들고 마지막 5, 6장에 레슨 이라는 제목으로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한다. 매 장마다 카테고리 안에 한 장 분량의 설명들이 담겨있다.

이러한 서술방식은 딱히 글을 이해하는데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못하는 듯 보인다. 잠깐 읽고 넘기는 연재 잡지 에세이를 짜집어 놓은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각 장 안에 작은 주제들로 짤막짤막한 에세이를 써놓은 것은 쉽게 읽히기는 하나 지엽적인 내용들을 나눠서 나열해 놓았을 뿐 글의 흐름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전체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맥락이 불명확해지고 있다. 또한 일본식의 번역이 어색한 느낌이 많았고, 논리적 모순도 더러 보이고 있다.

욕망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첫 장에서는 저자는 들어주는 척을 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이를 선한 마음으로 바꾸어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는 말을 주고 받는 것은 울리는 악기와 같아 서로를 높여주는 행위라고 칭한다.

그러나 바로 다음 문단에서는 의견제시가 개인의 의견을 강요하게 된다며 대화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기 십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는 서로 상반된 맥락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점점 의문에 쌓일 뿐이다.

한편, 내용의 소주제에서 나쁜 행동을 피하는 방법, 욕망·분노·방황을 차단하는 방법 등 ‘피하는’과 ‘차단하는’ 등의 서술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억누르거나 표출해내지 않고 분노를 차단하는 방법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마음을 통제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거나 순간 욱하지 말고 이해하려 분석해보라는 것 등 다소 식상한 대답만이 돌아온다. 결과적으로는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안으로 또, 일을 되도록 복잡하지 않게 넘길 수 있게 화가 날 때면 하나씩 쪼개어 이해해보라는 네거티브적인 사고가 안타깝다.

하지만 자신을 잃고 사는 경우가 많은 현대인에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직시하고 늘 경계해보는 마음가짐에 대해 한번 돌아보는 것은 유익하다고 본다.

더불어 무분별한 욕망을 줄이는 것은 의견의 독주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의 융화에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일중독에 빠져 숨막히는 현대인들이 제목을 보고 어떠한 기대감에 산 것이라면 이름 값(name value)을 톡톡히 본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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