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이 발달하고 문화가 발전할수록 인간은 삶에 더 큰 애착을 갖고 풍요 속에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야 마땅한 일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로,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택해 목숨을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살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만2천858명, 2009년 1만5천413명이 자살을 했다. 2009년 자살자 중 청년층(21~30세)은 1천 809명, 31~40세는 2천 533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 2007년 232명, 2008년 332명, 2009년 268명 등으로 대학생도 매년 200~300명 정도가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생을 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청년 영재들의 산실이라고 하는 카이스트 학생 4명이 학업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잇따라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 세인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한창 젊음과 낭만을 즐기며 꿈과 포부를 마음껏 구가해야할 청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년들의 행복지수가 경제개발 협력기구 중 최하위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더 우울하게 한다.

대학생, 특히 청년 자살의 근본적인 이유로 ‘1등만이 기억되고 살아남는 무한 경쟁적 사회 구조, 황금만능주의로의 사회 변환, 스펙 쌓기의 대학생들 간의 경쟁 심화, 그리고 8%가 넘는 청년 실업률’ 등을 꼽을 수 있다.

결국 돈, 명예, 권력 등만을 얻기 위해 질주하는 사회적 환경과 구조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사회 구조 하에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성적 사고를 지배한 채, 여유는 고갈되고 극심한 초조와 불안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곧 우울증이 되고 결국 우울증이 조울증으로 발전하여 자살을 택하게 된다. 보릿고개를 모르는, 물질문명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자신의 비전에 따라 꿈을 펼칠 수 없는 사회 환경이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불행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대학의 경우 학문적 성취도 중요하고 당연하지만,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인성교육은 물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할 소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강좌 개설이 필요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 역시 경제개발협력기구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학벌 및 성적 지상주의의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사회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그 어떤 자살 방지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자살 역시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자살은 변명이 필요 없는 산자(生者)를 모독하는 이기주의의 극치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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