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때쯤이면 나의 理想(이상)은 噴水臺(분수대)처럼 높은 가을 하늘로 치솟는다. 그러나 이내 닿지 못하는 아쉬움만 남긴다. 가을하늘에는 目的地(목적지)없는 旅行(여행)을 떠나기 위해 몸을 실어도 좋을 구름이 있다. 靑春(청춘)을 聯想(연상)케 하는 푸르름이 있다. 저녁이 되면 虛空(허공)의 빠알간 점하나가 天地(천지)를 수놓는 神秘(신비)가 있다. 창연히 빛나는 달이 있다. 실로 가을하늘은 幸福(행복)한 빛깔인가 보다.
  가을 하늘은 고뇌에 허덕이는 지구를 감싸는 ‘텐트’다. 파아란 색의 ‘텐트’다. 끝없는 ‘텐트’는 나의 일을 마비시킨다. 함부로 자기에 對(대)해 論(논)하지 말라고.
  가을철의 나뭇잎은 봄여름동안에 지구의 온갖 고통와 절망을 빨아올린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기 전에 빨갛케 노여워 하다가 고뇌의 나뭇잎은 한 잎 한 잎 떨어지고 만다.
  가을이면 귀뚜라미와 수많은 벌들이 생각난다. 별들은 허공에서 그들의 정열을 꽃피운다. 고요의 순간에 귀뚜라미는 密語(밀어)를 속삭인다. 실로 깊은 가을밤에 만들 수 있는 삶의 ‘팡파르’다. 생의 찬가를 피가 흐르도록 불러댄다. 그런데 우리 人間(인간)만이 妙技(묘기)를 부려 自然(자연)을 부숴버린다. 瞬間(순간)에도 기계의 소리가 들린다. 아서라 人間(인간)들아. 네 하는 일을 멈추고 時空(시공)을 꿰뚫는 귀뚜라미의 넋을 들어보라.
  가을은 수확의 계절. 광활한 평야에선 조상대대로 마셔온 벼이삭 냄새가 코를 찌른다. 落葉(낙엽)을 솜 삼아 만들어진 이불 위에 온갖 열매가 뚝뚝 떨어진다.
  빠알간 과일을 똑똑 따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요, 높푸른 하늘에다 층층이 쌓인 회포를 맘껏 뿜어보는 것도 가슴 뿌듯한 일이요, 시원한 공기로 몸을 튼튼히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을은 良識(양식)을 쌓는 季節(계절)이다.
  圓滿(원만)한 人生觀(인생관)은 讀書(독서)에 依(의)해 形成(형성)된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새로운 세계에 접하여 先人(선인)의 知慧(지혜)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가을 길을 산책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人生(인생)이 알알이 박힌 책 속을 여행하는 마을도 重(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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