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場人物(등장인물) 모두 病的(병적)

  한 달 보름간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일학년 실습공연 ‘루피트ㆍ부르크’작 ‘리투아니아’의 막이 올랐고 또한 무사히 막을 내렸다. 대학에 들어와 처음 하는 연극, 또한 우리와 생활  양식이 다른 외국의 번역극 작품을 택했다는 점에서 막이 올라 갈 때까지 우리에게 커다란 시련과 고통을 주었다. ‘리투아니아’란 말은 소련의 한 지방 이름으로 이 지방에 독특한 풍토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을 무대에 올려 표현해 본 것이다.
  여기에 등장인물은 모두 일곱 명이다. 그러나 이 일곱 명이 하나같이 모두 정상적이 아닌 하나의 병적인 상태이며 자아를 상실한 인간으로서 극한 상태 속에 살아 나가고 있다. 어느 날 저녁 한 중년의 젊은 신사가 찾아 와서 하루 밤 묵어가기를 원한다. 자기는 숲 속에서 길을 잃은 부자인데 하루 밤만 재워주면 보수를 단단히 준다고 하며,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많은 돈과 금시계를 꺼내 보이며 거만을 떤다. 이 집주인과 아내 그리고 딸은 이 많은 돈과 금시계를 본 순간부터 이상야릇한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
  손님은 잠자리에 들고 나머지 세 사람은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끝내는 죽여서 돈을 뺏자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겁을 먹고 집을 빠져 나가지만 그 딸이 손님을 죽이고 만다. 죽은 그 사람이 다름 아닌 어릴 때 집을 나간 자기 오빠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고 만다. 오빠는 도시에 나가 돈을 많이 벌어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부모들을 놀리려고 한 것이 이렇게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며 관객에게는 이 극 속의 한 인물로 동화시키어 갈등과 슬픔을 느끼게끔 만들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관객에게 갈등을 주었는지 의문스럽다.
  우리들 주변엔 퍽이나 생소한 일들이 우리와 밀접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감각 속에서 현실을 살아간다. 병적인 상태, 자아의 상실, 이 모두가 현대인들이 지니고 있는 하나의 비극적인 요소인 것이다.
  ‘연극은 인생을 거울에 비추어 보이는 일’이라고 섹스피어가 말했듯이 우리는 이 무기력한 현대인의 모습을 거울에 투영해 보려 한 것이다. 궁극적인 현실에서 무감각, 무의지력으로 살아가는 생활의 부조리성을 무대에 올려 표현하여 현대인의 자아의 발견과 나아가 우리의 진실 된 삶을 표현하는 것이 연극이 지닌 특수성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대학가에는 서서히 연극 붐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리투아니아’를 공연 했을 대도 수많은 관객들이 와서 감상을 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우리는 관객을 만족 할 만큼 감동을 주고 무언가를 배우고 돌아가게끔 만들었는지, 이번 ‘리투아니아’를 공연한 연기자로서 조용히 반성을 하며 다음 무대에 보다 나은 연기를 보여줄 것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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