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지음, 세계는 왜 싸우는가, 추수밭, 2011. 13,000원

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지음, 추수밭, 2011. 13,000원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동티모르, 체첸, 카슈미르, 쿠르드족, 이라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에라리온, 소말리아, 콜롬비아, 미얀마.

낯선 땅의 이름. 낯선 살상이 계속되는 곳. 낯설지만 60년전, 아니 불과 몇 개월 전 우리에게 일어난 일. 이 책은 낯설지만 가깝다.

서른 살에 동티모르 여대생이 내전으로 희생된 기사를 읽고 무작정 동티모르로 떠난 후, 10년 동안 분쟁지역을 취재하다 보니 세계 분쟁지역 PD가 되어 있었다. 저자 김영미의 약력이다.

세계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허나 우리는 그 전쟁들을 어렴풋하게 알고만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가 여전히 시시때때로 살상이 일어나는 분쟁지역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김PD는 전쟁의 실상을 분쟁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버무리며 풀어낸다. 왜 서로 전쟁을 하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게 한다.

내용은 어렵지 않으나 사실이 불편하다. 세계 분쟁지역 전문 PD인 김영미는 전쟁의 현장을 팩트를 숭상하는 저널리스트의 사명에 입각해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분쟁지역은 대부분 이슬람 문화권이다. 미국은 그 땅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전쟁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 석유, 다이아몬드, 마약 그리고 삶의 터전이 되는 땅을 둘러싸고 시시각각 싸운다. 다른 나라와도 싸우지만, 내전도 종종 일어난다. 비극이 낯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쟁은 부유하고 강한 나라에서가 아닌, 가난하고 약한 나라에서 일어난다. 희생은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성인남성이 아닌, 노인과 여성 그리고 어린이에게 까지 계속된다.

세계가 싸우는 이유를 알아갈 수 있으나, 결국은 멀리서 지켜보는 제 3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는 것이 전쟁에 대한 저항이 될 수 있을 거라 장담하지는 못한다. 허나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볼 수 있다. 전쟁으로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전쟁을 위해 총을 배우는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다. 전쟁은 돌고 돌아 언젠가는 우리들 앞에 불쑥 엄습할 거라는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김PD의 이야기는 아직은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향해 보다 간절히 소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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