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이들은 어떻게 인사를 할까? ‘안녕, 동무’? 재밌게도 이들은 서로 만나면 한손을 치켜 들고 ‘항상준비!’라고 외친다. 항상 전투 준비가 돼있다는 뜻이다.

17일 개봉한 '량강도 아이들'은 북한의 아이들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북한 아이들을 다룬, 그것도 ‘휴먼 코메디’라는 장르를 달고 나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량강도 아이들'의 주인공인 종수는 홀어머니 밑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동생을 돌보며 살아가는 가난한 아이다. 그러나 평양에 가고 말겠다는 꿈을 가진, 엉뚱하지만 당찬 성격을 가졌다. 사건의 발단은 종수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서울에서 북한으로 날려 보낸 선물 꾸러미를 주우면서 시작된다. 북한에선 볼 수 없는 갖가지 장난감을 가진 종수는 반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고 그들만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게 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정성산 감독은 16년 전 탈북한 새터민 출신이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한국에 정착한 후, 우리대학 영화영상학과를 졸업했다. 일반 관객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정 감독은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굵직한 대작의 자문을 맡은 바 있는 실력 있는 영화인이다.

꾸밈없는 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캐스팅부터 엄격한 과정을 거쳤다. 주인공 종수 역은 80대1이 넘는 경쟁 끝에 선발했다. 처음 30여명의 아이들을 뽑아 놓고 배역도 주지 않은 채 북한 사투리를 연습시켰다.

배역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북한 사투리와 북한 어린이의 정신을 심어 주기 위한 비책이었다. 강원도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할 때도 아역 배우들에게 북한 사투리로만 서로 이야기하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영화는 북한의 체제에 대한 어떤 비판도, 고발도 없다. 영화 내내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으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사상도, 체제도 초월한 순수한 동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량강도 아이들'의 진면목은 이 점에서 발휘된다. 유쾌한 상황 설정에 빙그레 웃고 넘어가지만 다시 곱씹어 보면 마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씁쓸한 북한의 현실이 숨어있다.

‘량강도 아이들’은 민감한 남북관계 때문에 7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이다. 그 동안 얼어붙은 남과 북의 문제를 녹여줄 량강도 동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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