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마이클 샌델 저)이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현직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핵심가치를 “공정사회”로 제시하면서 많은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정의가 중요한 화두(話頭)가 된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필자는 이는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정의는 그 어떤 삶의 가치보다 소중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사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으나 세상이 불공평할수록 정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과연 어떤 세상이 진정 정의로운 사회이며 사회 내 제한된 자원은 어떻게 분배되어야 마땅한가? 사회 구성원간의 이익의 충돌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어떠한 제도적 절차가 필요한가? 인간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줄곧 제기되어 온 이 골치 아픈 질문에 대해 성실히 답하고자 한 책으로 20세기 최고의 인문 · 사회과학 명저(名著)라고 생각하는 존 롤즈의 ‘정의론’을 이 자리에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정치철학자인 롤즈는 이 한권의 책으로 전 세계로부터 ‘자유경제사회에 복지주의적 요구를 통합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주장한 정의의 제1원칙(‘모든 사람은 평등한 기본적 자유와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기본적 자유에 대한 평등한 권리로 평등한 시민의 기본적 자유를 희생하는 일을 거부하는 자유주의적 측면을 갖는다.

또한 제2원칙인 ‘사회적 · 경제적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이득이 되어야하며, 공정한 기회 균등의 조건 아래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된 직책과 지위가 결부되어야한다'는 공정한 기회균등과 차등의 원칙으로 자유주의적 자유들이 사회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유명무실한 것이 되지 않게 하는 사회주의적 측면을 지닌다.

즉 롤즈는 기본적 자유를 평등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정의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되, 약자를 우대하기 위한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을 적용해야 함을 그의 저서에서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정의의 원칙에 관한 실질적 내용과 함께 정의론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원칙을 도출하기 위한 방법론적 논의인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있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직접 대답하기보다는 공정한 절차에 의해 합의된 것이면 정의로운 것이라는 순수한 절차적 정의를 내세운다. 롤즈는 구성원들의 합의에 기반을 둔 절차에 의해 도출된 정의 원칙이라면 우리의 상식적 신념이나 도덕적 판단들과도 합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받아들이는 공리주의는 물론 극단적인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모두 비판하고 있는 롤즈의 이론은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켜 사회구성원들의 궁극적인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복지주의 국가(welfare state)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한다. 최근 신자유주의(neo liberalism)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는 서구사회는 물론, 분배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가 자주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정의론’의 주장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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