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學生活(대학생활)을 하다보면 다방에도 드나들게 된다. 꼭 차를 마시고 싶어서 보다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가는 것이다. 어쩌다 다정한 친구와 만나 얘기를 하러 들어가게 되면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경쟁이라도 하듯 언성을 높여야 서로 말이 들린다. 이렇게 되면 무척 피곤하다.
  다방에서의 차맛까지 거의 잊어버린다. 林語堂(임어당)의 ‘處世論(처세론)’을 보게 되면 이런 말이 있다. “차는 혼자서 마실 때는 속세를 떠나는 듯 한 기분이고, 둘이 마실 때는 한적한 기분, 셋 혹은 넷이 마실 때는 유쾌하고, 그 이상 여럿이 마실 때는 이미 차 맛은 없어진다”고 한다. 정말 차가 마시고 싶어서 다방엘 들어서게 되면 우선 컴컴하고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무슨 연극 배우인양 연기에 열심이다. 혼자 앉아 있는 내가 무척 초라해 보일 정도일 때도 있다.
  그들 중의 대부분이 大學生(대학생)들이다. 한참 사회正義(정의)를 부르짖으며 젊음을 마음껏 불태울 때에 이래야만 되겠는가. 좀 더 넓은 곳, 밝은 곳을 찾지 못하고 이런 다방 구석에서 귀중한 시간들을 보내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가을날 도서관에 파묻혀 책과 마주하다가 이따금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얼마나 즐거운가. 푸른 잔디 위에서 學友(학우)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 아니랴.

  그렇다고 다방출입을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난 뒤에 조용한 찻집에 앉아서 음악과 함께 오늘을 정리하며 내일의 계획을 세운다면 고마운 차 한 잔이 될 것이다.
  아주 조그마한 일에도 좀 더 진지한 자세를 갖고 임해야 한다. 차 한 잔을 그냥 훌쩍 마셔버리는 것이 아니라 차 한 잔에 담겨진 시간을 한번쯤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대학생활은 가장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반면 가장 시간에 쫓길 수도 있다.
  혹자는 많지 않은 시간에 쪼들리며 때로는 밤을 잊을 것이고 또 혹자는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 못해 고민하리라.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젊은 시간은 두 번 다시 우리를 찾지 않는다.
  지나온 생활을 더듬어 잃어버린 시간의 아쉬움이 절실한 우리들에게 다방이 그 본래의 목적대로 활용되어질 때 비로소 따끈한 차 한 잔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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