演映科卒業劇(연영과졸업극) ‘뱀’ 公演後記(공연후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이번 졸업 공연(11회)은 지금까지의 졸업공연 (희랍극, 고전극, 근대극 및 전통극 등)에서 보다 실험적인 분야를 대담하게 개발한 작품 ‘뱀’(The Serpent)은 <미국 ‘오프ㆍ오프ㆍ브로드웨이’에 있는 ‘오픈ㆍ시어터’의 단원 중의 한 사람인 ‘쟌ㆍ크로드ㆍ반ㆍ이태리’ 原作(원작)>
우리에게 너무나 큰 고역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졸업공연으로 이 작품을 택했다는 것은 새로운 시도가 없는 곳에 새로운 창조가 탄생될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필연적인 논리로 대학연극의 전환점을 이룩해야 될 오늘의 시점에서 대학극의 정리와 정립화를 위한 하나의 점화가 됐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막이 오르면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생활을 하며 무질서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질서 정연히 평행으로 행진한다. 그리고 의사가 나와서 死體(사체)해부를 한다. 여기서 의사는 인간을 치료하고 생명을 건지려는 숭고한 사명 의식의 노력도 없이 오직 기계적이고 공식화된 행동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신체를 해부해 보임으로써 불안ㆍ공포ㆍ절망ㆍ죽음을 응시하고 자기를 상실한 오늘날의 인간들의 자기 회복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를 비논리적으로 문제를 제시해주고 있다. ‘케네디’와 ‘킹’목사의 암살에서 현실을 폭력, 죽음, 고통의 한계 상황을 통하여 그런 지도자들이 현대의 고도로 발달된 물질문명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 문명에 의해서 죽음을 당한다. 그것을 군중들이 목격했으면서도 폭력과 죄악에 떨면서 기피하고 안일한 자기의 이기주의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 인간의 원죄는 어디서부터 흐르고 있었나?
‘에덴’동산에서 작가는 현대 인간의 ‘파토스’적 측면을 종교적 신화의 원죄의식에 대입시켜 현실의 부조리성을 원초적인 시간, 공간과 원인으로 분석하고 해답을 얻기 위하여 인류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 먹었기 때문에 인간은 상상속의 세상과 자아를 발견하고 인식하게 되지만 인식을 할 수 있는 그 능력 때문에 현실의 부조리를 느끼게 되었다는 기독교의 관념을 빌려 설명하고 있으나 여기서 ‘뱀’은 동물이기 보다는 개성 있는 인간이며 신은 인간 내부의 자아이며 금단의 열매는 또 자신을 제약하는 족쇄(법ㆍ도덕)라고 보아도 좋은 것이다. ‘카인’과 ‘아벨’에서는 형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것이 인류 최초의 살인이라는 종교적 사실에서 현대와 공통된 인간의 폭력성을 비교하고 또 신의 이율배반적인 부조리성을 비판하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을 통해서 이러한 폭력은 인간 역사와 더불어 시작했으며 인간 역사가 계속하는 한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폭력이 없는 인간은 누구나가 다 원하는 자유와 평화스런 삶을 영위해 나가고 싶을 것이다. 하루빨리 이러한 폭력은 근절되어야만 한다.
이젠 11회 졸업공연도 많은 문제점을 남긴 채 막은 내렸다. 그동안 몇 달 동안의 연습기간에 비해 이틀(4회)공연의 아쉬움과 이젠 명동 국립극장의 그 거세고 우렁찼던 박수 소리도 또한 은은한 북소리도 귓전에서 멀어져 버리며 함께 수고해준 후배들과 이번 공연을 위해서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보다 알찬 내년도 12회 졸업공연에 더 한층 기대를 걸면서 아쉬움과 작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