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祭夏(이제하) 短篇集(단편집)

  李祭夏(이제하)의 창작집 ‘草食(초식)’이 民音社(민음사)간으로 나왔다. 여기 수록된 14篇(편)의 단편들을 읽고 나면 우리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 경이로운 세계와 만나게 된다. 氏(씨)가 ‘草食(초식)’ 에서 펼쳐 보이고 있는 세계는 범상한 일상의 세계, 따라서 우리의 이해 접근이 손쉬운 그러한 세계는 아니다. ‘幻想志(환상지)’ ‘劉子略傳(유자약전)’ ‘손’ 등이 이룩하고 있는 세계는, 말하자면 超現實主義(초현실주의) 화가들이 (가령 ‘로동’ 이라던가 ‘뭉크’같은 사람들을 떠 올릴 수 있다) 성취하고 있는 저 데포메이션과 幻想(환상)의 세계인 것이다.

  氏(씨)의 小說(소설)의 대부분의 人物(인물)들은 다양한 性格(성격)으로 파악할 수는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것은 이상할 것은 없다. 왜냐하면 氏(씨)에게 있어서 재래적 형식의 성격창조란 중요하지도 않고 또 중요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氏(씨)의 小說的言語(소설적언어)는, 對象的(대상적) 세계로부터의 절망, 對象的(대상적)세계와의 斷絶(단절)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나와 세계 사이를 가로막은 이 캄캄하고 완전무결한 壁(벽), 그 절대한 차단 앞에서 , 그의 人物(인물)들이 비틀거리고, 당황해하고, 조소도하고 냉소도하며 결국 완전무결한 ‘무관심’에 떨어져야 하는 비밀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삶과 의식의 방기 상태이며 동시에 대상적 세계에 대한 불꽃 튀는 의식일 수도 있는 것이다. 대상적 세계와 나를 가로막은 벽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나와 세계와의 사이에 가로놓인 ‘交通不在(교통부재)’의 상태가 아닐까. 다시 말해서 그것은 言語(언어)가 소멸한 세계 언어가 이미 고유한 그 본래의 언어이기를 중단한 세계, 言語(언어)와 사물이 파탄한 그러한 난파의 세계인 것이다.
  여기까지 推斷(추단)하고 볼 때, 氏(씨)의 小說的(소설적) 기도가 이와 같은 바탕(또는 모양)― 데포메이션과 왜곡된 幻想(환상)위에 서지 않을 수 없는 필연성을 우리는 이해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되리라 판단된다.
  그리고 氏(씨)의 이러한 신선하고 개성적이며 진지한 작업이 날로 획일화되어가고 圖式化(도식화)되어가는 우리의 文學的(문학적) 現實(현실)에서 얼마나 소중한 일면인가를 우리는 기꺼이 인정하고, 그리고 氏(씨)의 그러한 노력에 성원을 보내는데 인색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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