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으로 돌격하는 原初性(원초성)

  우리 향봉스님이 수필집 ‘無說殿(무설전)’을 냈다. 그동안 떠돌이로 돌아다니면서 때로는 남자노릇도하고, 때로는 거지노릇도하고, 때로는 우격다짐도 하고, 때로는 소리도 지르면서 그의 생명이 뿜어내는 소리로 말이다.
  비록 영롱한 文體(문체)는 없다지만 전신으로 돌격하는 뜨거움이 있고, 닦이지 않은 原初性(원초성)이 있다.
  향봉의 反抗(반항)은 위선과 겉치레에 대한 고함이다.
  여기 그의 단면이 있다.
‘똑같은 향봉이인데도 넝마주이 옷차림에 깡통을 허리에 차고 다닐 때는 멍멍개도 웃더니만 장삼에 가사까지 곁들이고 설법단에 오를 때는 天下大衆(천하대중)이 합장으로 맞아들이지 않더냐.
  까짓거 세상이 온통 그쯤 껍데기 쫓는 작업을 생명처럼 아끼는 요지경 세상이고 보면, 수기설법 한답시고 삭발염의하고 나도 한바탕 웃는거다. 웃으며 미친척하며 적당히 가짜 양반걸음을 걷는거다.’
 文學(문학)은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말로 쓰는 것이 아니다. 文學(문학)은 精神(정신)으로 쓰는 것이다. 아니 그의 生命(생명)이 불꽃이 손끝을 통하여 활자로 나오는 것이다. 그것이 詩(시)래도 좋고 小說(소설)이래도 좋고 散文(산문)이래도 좋고 그게 되먹지않은 글이래도 좋다. 그 속에 그의 전신으로 우는 뜨거움만 있으면 그것이 文學(문학)이라고 나는 생각 한다. 못난이 우리 향봉스님의 수필집 ‘無說殿(무설전)’이 바로 이것이다.
  많이들 보시고 많이들 욕해주기 바란다.
(佛敎新聞社出版局(불교신문사출판국)발행ㆍ1백94면ㆍ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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