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일상)의 琑末事(소말사), 풍성한 話題(화제)

  수필은 그 손이 구름의 높이에 가 닿아 있으면서 진창 같은 현실에 발이 붙어있어야 맛이 난다. 콩이다 팥이다 집어 말하지 않으면서 콩보다도 콩다운 것을, 팥보다도 팥다운 것을 가슴에 안겨다 주는 것이 바로 수필가의 그 그릇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필가의 안목에 폭이 없거나 그 체온이 싸늘하거나 또 그 思慮(사려)의 壁(벽)이 놓이면, 그 글이 사람을 끌리 없다.
  知性(지성)이 날카롭되 남을 受容(수용)하는데 인색하거나 선심이 제아무리 손이 크더라도 個(개)를 잡아내지 못하면 함께 偏見主(편견주)가 되기 십상이다. 그들은 모두 그 能事(능사)로 하여 一方(일방)의 雄(웅)일지언정 大器(대기)는 못된다.
  수필은 그 현실감에서 소설을 닮았으면서 그 풍격에서 詩(시)를 겸한다.
  소설적인 발상에서 詩(시)를 꿰지 못하거나 詩(시)의 高揚(고양)된 낭만에서 소설적인 閭(여)항의 훈기를 뿜어 내지 못하면 그 수필은 이미 수필이 아니다.

  세상에 수필집은 흔하되 <六月(육월)의 山(산)>은 우선 그 풍성한 話題(화제)에서 사람의 耳目(이목)을 모은다. <登山(등산)>에서 <紀行(기행)>으로, <中年(중년)부인>에서 <선물>로, <꽃>에서 <眼鏡(안경)>으로, 혹은 <편지>에서 <대화>로 그리고 <아버지>와 <권태>에서 <敎授(교수>)와 그<酒席(주석)>으로 우리네 日常(일상)의 琑末事(소말사)가 샘솟듯 진열된다. 그러면서 그 素材(소재)들이 지니는 감각적인 기틀을 요리 조리 굴려서는 內密(내밀)한 속삭임으로 때로 정다운 손길을 건네는가 싶다가는 어느새 손바닥을 뒤집어 文明(문명)의 그 樣態(양태)에 대해서 날카로운 一針(일침)을 쏜다.
  참새의 지저귐 속에 봉황의 一聲(일성)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또 그의 專功分野(전공분야)에 대한 몇 개 項目(항목)의 글이 책 끝머리에 달려있으니 그것이 또 모가 나고 規矩(규구)가 바른 그 학문, 그 敎室(교실)의 冷氣(냉기)가 아니다. 거기 日常(일상)의 이웃, 웃고 찡그리고 울고 망설이는 人間(인간)의 그 얼굴이 질펀하여 우리네 사랑방의 情感(정감)을 만끽하게 해준다.
  이 隨筆集(수필집)이 著者(저자)를 아는 이의 것으로만 하게 해주지 않는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꽃과 마스크>이후 著者(저자)말대로 <널리 地表(지표)를 어루만지며 익어 들어가는 향기>가 뭉클하다. 專攻(전공)이 그 울타리를 넘어 大地(대지)의 地心(지심)으로 뻗어드는 그 줄기, 知性(지성)이 그 冷氣(냉기)를 털고 人間(인간)의 情意(정의)의 江心(강심)으로 소리 없이 어울려드는 그 흐름의 파노라마는 수필의 참다운 맛을 알게 해주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汎友社刊(범우사간)ㆍ값 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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