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한 마음 詩(시)로 승화

  나와 東大(동대)에 재학 중인 眞寬(진관)스님은 詩友(시우)이자 오랜 벗이다. 그의 첫 詩集(시집)을 對(대)하고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초가을의 높은 하늘에 뭉개구름이 떠가는 것 같은 시원함을 가졌다. 요즘같이 정서가 메말라가는 世態(세태)에 아무리 스님으로서 詩(시)를 한다지만 자기의 느낌을 객관화시켜 청순, 순일한 마음의 편린을 이렇게 詩語(시어)로 표현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의 特長(특장)은 어떻게 하면 作品(작품)을 잘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 마음에 정서의 샘을 마르지 않게 하는가를 우선 하는 데에 있다.
  사실 그의 詩(시)는 言語(언어)의 화장이나 꾸밈이 없다. 본대로 느낀 대로 서정의 흐름을 간섭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싱싱한 詩語(시어)의 彫啄(조탁)은 가히 일품이거니와 누구나 읽어 부담 없는 詩風(시풍)은 흔히 유행병처럼 번져 읽는 이의 숨통을 죄고 있는 難解詩(난해시)로 인한 독자의 막힌 숨통을 틔워주는 청량제가 될 것이다.

  바람이 내려와 잠드는 곳에/사랑을 위하여 꽃을 가꾼다/물결은 떨어지고 갈라져서 산을 돌아가고/그 길을 바라보고 삶을 지키는 종달새/날개위에 나의 노래를 숨겨두면/하늘 멀리에서 은장도 들고/바람은 달려서 온다/강물위에 손거울 같은 웃음을/떨어뜨리고 푸른 물결위에/살아 있는 내 그림자를 붙들고/그 날에 배운 웃음을 보내는 날/소리나지 않는 피리를 들고/하늘 위로 올라가는 종달새.

  그의 ‘종달새’라는 作品(작품)이다. ‘물결 갈라지는 곳에서’라는 冊題(책제)가 말해 주듯 ‘山門(산문)에 돌아와서’와 ‘내마음 언덕위에서’ 등 95편의 詩(시)들은 한결같은 비로자나(毘盧遮那(비로차나))의 품에서 들어도 들어도 싫증이 안 나는 天眞童心佛(천진동심불)인 곧 그의 노래이다.
  나는 그의 노래 가락가락마다 달빛 안고 흐르는 심산유곡의 골물처럼 때가 묻지 않아서 좋다. 그 마음 잔잔한 바다엔 그다운 모습의 갈매기가 은빛 날개를 저으며 더 높이 浮上(부상)하려는 詩魂(시혼)의 意志(의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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