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절 한 번.

지난 10일 동악의 점심 풍경은 평소와 달리 사뭇 엄숙했다. 40여명의 학생들이 삼보일배에 동참했고, 동시에 바짝 엎드려 절을 하자 이들의 몸에 붙은 자보가 동악을 채웠다.

‘학생들의 등록금 4.9% 인상, 법정 부담 전입금 0원’,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 반대’

이들이 삼보일배를 하게 된 이유는 바로 등록금 인상이었다. 이날 삼보일배 행렬에 동참한 법대 A군은 “삼보일배를 하는 동안 직장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생각났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등록금이 올라 더 힘들어지실 부모님과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삼보일배 행렬은 대학 측의 등록금 동결을 촉구하는 바람과 더불어 학교 재정을 등록금에만 책임 지우는 재단에 대한 원망도 담겨 있었다.

최근 한 포털 사이트 알바몬에서는 대학생 626명을 대상으로 ‘2011학년도 1학기 등록금 마련 실태’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4명 중 1명은 “올해 1학기 등록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학기 등록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로 단연 등록금 마련을 꼽았다. 대학생의 절반 가까운 44.7%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서’를 이유로 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략기획본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물가가 올라가고 돈이 들어갈 요인은 많아지는데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이 없으면 대학은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 측도 정부의 지원이나 재단의 전입금 없이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등록금 갈등’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러한 등록금 갈등은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학생들만의 책임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 측의 문제만도 아니다. 등록금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눈앞에 둔 현재 재단과 국가는 학생들의 삼보일배에 담긴 염원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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