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丙疇(이병주) 博士(박사) 著(저)
수필은 바다와 같아서 다행이 水泳(수영)을 할 줄 아는 이나 튼튼한 動力(동력)과 浮力(주력)을 아울러 갖춘 船舶(선박) 앞에는 그 가슴을 열어 놓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하나의 막막한 閉塞(폐색), 渺然(묘연)한 피안으로 의식될 뿐이다.
그것도 全身(전신)投球(투구)로써 거기 뛰어든 자에게만 한줄기 可能(가능)의 水路(수로)를 열어 줄 뿐, 그 가장자리에서 노니는 물놀이는 끝내 수필의 바다의 그 包容性(포용성)과 미세한 柔軟性(유연성)에 대한 아첨이요 한숨에 그친다.
<歲寒圖(세한도)>의 저자는 杜子美(두자미)에게서 배운 까만 눈과 다부진 안짱다리로 수필의 海溝(해구)를 건넌다. 때로 動詞(동사)의 名詞化(명사화)나 거꾸로 명사의 동사화는 오히려 茶飯事(다반사)요, 이미 死語(사어)가 된 古語(고어)의 불티마저 行間(행간)에 도사리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여간 抵抗(저항)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니면서 그것이 오히려 筆者(필자)의 <歲寒圖(세한도)>다운 그 옹골진 인간적인 魅力(매력)으로 느껴 가져지게 하고 있다.
筆者(필자)의 해박한 識見(식견)이 社會(사회)‧文化(문화)의 온갖 사태에 충돌하여서는 거기 불꽃이 튀는 卓見(탁견)을 낳는가 하면, 이미 잃어가고 있는 우리네 風俗圖(풍속도)를 言語(언어)刺繡(자수)로 자상하게 그려 보여서는 규격화로만 줄달음치는 이즈음의 우리의 索漠(삭막)한 정서를 기름지우게까지 해주며, 또 때로는 專門的(전문적)인 書誌(서지)에 미쳐서는 斯學(사학)의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제목마저 歲寒圖(세한도)라, 뼈가 천더기로 흐물거리는 기후에 사뭇 諷爽(풍상)하여, 이즘 졸리운 의식에 한줄기 淸凉(청량)한 松籟(송뢰)소리를 귓전에 뿌려준다. 어찌 松柏(송백) 뿐이랴, 거기 옷깃을 여미게 하는 萬年雪永(만년설영)에 대한 涉獵(섭렵)이 있느니, 감히 뜻 있는 이의 一讀(일독)을 권할 뿐이다.
<菊判(국판) 洋裝(양장) 探求堂(탐구당) 發行(발행)‧값 1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