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낯설기만 했던 교정에 파릇하니 순이 돋은 개나리줄기에 알지 못할 정감이 스민다.
  70여 년 간을 중생교화의 용광로로써 팔정도에 의한 철저한 교육의 탑에 경건함을 갖는다.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다는 반야심경의 한 글귀처럼 작은 코끼리상은 꽤 오래도 성상과 함께 동국의 울타리를 지키어 왔나보다.
  그리하여 동국인이 제자리에 충실할 줄 알며 설 자리 앉을 자리를 구별하는 사회의 역군이 될 수 있었나보다.
  첫 번 동국의 막내로써 입학식장에 들어설 때의 느낌이 이러한 것이었다.
  옛적에 용을 잡아 해마다 빠지지 않고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기후가 안 좋다는 얘기 속에서 정말 나리는 비를 맞으며 선배님들의 사이사이를 헤치고, 체육관에 들어섰을 때 기화열로 인해 냉기가 들어찬 속에서도 한아름 따스함을 안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동국학원의 분위기가 아닌가 느꼈다. 또 동시에 이런 분위기 속에 놓이게 된 것에 누군가에게 감사드린다.
  대학은 인생의 성숙기이자 자아확립의 시기라고 한다. 많은 지식의 성(城(성))과 대화의 성, 사회 처세의 성에 들어설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라고 한다. 무엇으로 인해 누군가로 인해 이 교정에 발 딛게 되었는가는 모두다 덮어버리고자 한다. 諸法從緣滅(제법종연멸)이라는 글귀처럼 이것 모두 인연이라고 돌리고 새로이 동국인으로서 동국에의 인연을 쌓아야한다고 느껴본다. 그 가운데서 스스로의 성장을 가늠해보는 시절이 되도록 노력하리라고 다짐해 본다.
  많은 단체에의 참여로 사회를 인식하고 교수님들과의 대화로 자아의 연약함에 더욱 매질을 가하고, 교우간의 친숙으로 인생을 배우는, 그러한 아무쪼록 바쁜 이해, 4년간이길,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리라고 다짐도 해보고.
  하고자하는 의욕이 있으면 근심과 두려움이 따른다고 했지만 결과를 측정하며 의기소침해지는 생활태도보다 그 동기와 과정에 충실하며 성의로써 엮음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자세로 주어진 모든 것을 익히고 취하는 4년이 되도록 열심히 생활해봐야겠다.
  아직은 미숙하고 모든 것이 설익은 막내들에게 주어질 선배님들의 많은 충언과 보살핌을 기다리는 우리들이요, 빈자루만을 걸머진 채 캠퍼스에 들어선 우리들에게 하나 가득 배움을 채워줄 교수님들의 편애를 기다리는 우리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누워서 무엇이든 받아먹는다면 우리들은 아니 될 것이다. 충언과 편애를 갈망하는 의욕, 그의 욕만은 항상 지니도록 해야겠다.
  새로운 길의 시작에서 숱한 설레임을 갖고 이 글을 쓰고, 그 설레임이 값진 열매로서 맺어지길 조용히 노력하며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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