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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쉬․맨’ 斷想(단상)] 봄비의 祝福(축복)
  • 韓壯元(한장원) <經商大(경상대)․經營科(경영과
  • 승인 1975.03.11
  • 호수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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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겨울의 추위가 채 가시지 않던 어느 날이었다.
  잠을 자고 있던 나는 어떤 힘에 끌려 눈을 뜨게 되었다. 무엇인가가 내 귀에 바짝 붙어서 속삭이고 있었다. 그건 대단히 큰 호소력을 가지고 있어 나를 자리에서 일어나게끔 하였고, 드디어는 쌀쌀한 바깥에까지 나서게끔 만들었다.
  마당에 나서서도 나는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내 드러난 목덜미와 손등에 무언가 시원함을 막연히 느끼게 되었고 그것이 빗방울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깜깜한 밤하늘, 빗줄기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 조그만 빗방울 들은 모든 자고 있는 사람들과 그 평화스러움을 영원히 싸안기라도 할 듯이, 그러나 아침에 그들이 일어났을 때에 비가 왔음을 알게 되면서 문득 봄이 오고야 말았다는 것을 똑똑히 깨닫게 해주려는 듯한 의지를 가지고 내리고 있었다.
  그것이 봄비임을 생각해내자 나는 그것을 온몸이 온통 떨리는 감격으로 받아들였고 문득 도대체 오늘이 며칠인가가 궁금해졌다.
  방안에 들어와 달력을 살핀 나는 바로 몇 시간만 있으면 밝아올 아침에 입학식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는 입학식을 축하라도 해주는 듯이 밤새도록 내 귓가에서 소근 거렸고 결국 그날 나는 다시 잠들지 못한 채 입학식에 참석하였다.
  입학식이 끝나고도 비는 계속 더욱 세지지도 않은 채 내리고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놀라웁게도 겨울의 어두움이 아닌 봄의 생기가 넘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사람들의 얼굴뿐 아니라 파릇파릇 물기를 머금은 풀잎과 비에 촉촉이 젖어있는 건물들, 비를 맞으며 달리고 있는 차량들에서도 충분히 느껴지고 있었다.
  문득 봄이 왔던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아득히 먼 기억속의 친구처럼 나의 봄은 그렇게 날 찾아와준 것이었다.
  이제 봄은 왔고 내게 남은 일은 그걸 아무리는 일인 것 같다.
  갑자기 내가 너무 커진 것만 같은 느낌이 나를 사로잡고, 내가 나를 주체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나를 꽉 붙들어 결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잃어버리거나 놓치지 않도록 해야겠다.
  나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결코 산만한 주의나 헛된 노력으로 낭비하지 않도록 할 것은 물론, 이 봄이 내게 가져다준 생기와 활력으로 내 새로운 생활을 용기 있게 이끌어나가 내가 더욱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도록 해야겠다.
  꿈에만 부풀어있던 지난날들, 계획과 설계로만 간직해왔던 모든 일들을 조금도 유감없이 나의 앞에 이룩해 놓을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또 그렇게 되어지도록 노력해 볼 작정이다.
  그리하여 이 봄이 봄비로소 나에게 문득 밀어닥쳐온 그 의미를 헛되이 하는 일이 없어야만 할 것이다.
  전날, 낯설기만 했던 교정에 파릇하니 순이 돋은 개나리줄기에 알지 못할 정감이 스민다.
  70여 년 간을 중생교화의 용광로로써 팔정도에 의한 철저한 교육의 탑에 경건함을 갖는다.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다는 반야심경의 한 글귀처럼 작은 코끼리상은 꽤 오래도 성상과 함께 동국의 울타리를 지키어 왔나보다.
  그리하여 동국인이 제자리에 충실할 줄 알며 설 자리 앉을 자리를 구별하는 사회의 역군이 될 수 있었나보다.
  첫 번 동국의 막내로써 입학식장에 들어설 때의 느낌이 이러한 것이었다.
  옛적에 용을 잡아 해마다 빠지지 않고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기후가 안 좋다는 얘기 속에서 정말 나리는 비를 맞으며 선배님들의 사이사이를 헤치고, 체육관에 들어섰을 때 기화열로 인해 냉기가 들어찬 속에서도 한 아름 따스함을 안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동국학원의 분위기가 아닌가 느꼈다. 또 동시에 이런 분위기 속에 놓이게 된 것에 누군가에게 감사드린다.
 

韓壯元(한장원) <經商大(경상대)․經營科(경영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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