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019.11.1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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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동대문학상]소설 부문 가작

희재는 의사가 알려준 대로 규칙적으로 숨을 쉬었다. 하나, 둘, 둘, 하나. 하나, 둘, 둘 하나. 네 시간 째였다. 희재는 그런 식의 호흡법에 익숙했기 때문에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고통에 적응했을 때쯤 뭔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통증도 사라졌다. 남편은 탯줄을 한 번에 자르지 못했다. 몇 번의 가위질 끝에 찰칵, 소리와 함께 탯줄이 잘려나갔다. 생명의 일부였던 것이 하나의 사물이 되었다. 희재는 탯줄을 쳐다봤다. 희재는 그것이 아주 옛날에 만들어진 도자기의 깨진 조각 같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서툰 가위질 탓에 가장자리가 야지러져 있었다. 의사가 거즈로 탯줄을 감싸 남편에게 줬다. 희재는 아이의 배꼽모양이 이상해 질까봐 조금 걱정했다. 간호사가 아기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탁, 탁 엉덩이를 때렸다. 탯줄이 끊어졌으니 이제 아이는 스스로 숨을 쉬어야 했다. 그러나 아이는 곧바로 숨을 쉬지는 못했다. 몇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숨죽이고 아이를 주목했다. 희재는 몇 년 전쯤 학원원장이 해준 얘기를 떠올렸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횡격막의 위 와 아래를 기준으로 형이상과 형이하를 구분 지었어요. 횡격막은 흉강 밑 부분에 가로 아치모양으로 생겨 있는, 몸을 가슴과 배로 나누는 얇은 근육막이에요. 인간의 폐는 근육이 없어서 스스로 운동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횡격막이 상하운동을 해서 흉강의 부피를 조절하여 공기의 출입이 이뤄지도록 하는 겁니다. 그것을 기준으로 형이상과 형이하, 즉 사람에게 있어서 생의 부분과 삶의 부분을 나눈거에요.
희재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생은 음식, 옷, 돈, 같은 눈에 보이는 욕망, 삶은 사랑과, 인식, 의지, 신념, 자유와 같은 보이지 않는 관념들인 걸까? 공기는 뭘까?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이 숨 쉬는 것이 눈에 보였으면 좋겠어.
 
희재는 숨을 쉬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간호사가 몇 번 더 아이의 엉덩이를 때렸고 잠시 후에 아이의 숨이 트였다. 요즘 세상에서 생명이란 찰칵,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는 따듯해 보이는 수건에 싸여 신생아실로 옮겨졌다. 희재는 몽롱한 시선으로 모든 과정을 지켜보다가 아슴아슴 잠이 들었다. 
희재는 몇 시간 후에 깨어났다. 온몸이 께느른했다. 희재는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뺐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쉰 후에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자, 머리가 맑아지면서 손에 힘이 돌아왔다. 남편이 희재의 손을 잡고 있었다.
"고생했어."
남편의 손은 굳은살이 박여서 딱딱했다. 희재는 환하게 웃어서 남편을 안심시켰다. 남편은 희재에게 물을 한잔 따라 줬고 희재는 그것을 마셨다. 남편은 여러 번 희재의 몸 상태에 대해서 물었다. 희재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지난 열 달 동안 태교 때문에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했다. 남편은 경찰이었다. 주로 살인사건을 다뤘다.
"밀실살인이야."
남편이 말했다. 여관에서 죽은 남자가 발견됐다. 문도, 창문도 전부 안에서 잠겨 있었다. 누군가 들어온 흔적 같은 것도 없었다. 경찰은 당연히 자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검결과 죽은 남자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남자의 몸에서는 어떤 상처나 약물도 발견되지 않았다.
"누군가 호스 같은 걸로 방안의 공기를 다 빼서 죽인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방안에 있던 사람이 숨이 막혀서 죽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남편이 말했다. 희재는 그 말을 듣고서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숨을 참는 거였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로 숨을 참을 수 있다. 끝까지 숨을 참을 수 있다면, 질식사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누군가 강제로 막지 않는 한, 숨을 쉴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 사람일지도 몰라. 희재는 그렇게 생각했다. 남편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남편이 희재에게 살인사건 얘기를 하는 것은 별로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직장에서 일어난 일을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남자들은 많다. 단지 희재의 경우에는 남편의 회사가 경찰서인 것뿐이었다. 아내들은 남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주다가 '힘내요,' 또는 '당신이 참아요.' 정도의 말만 해주면 충분한 것이다.
"힘내요."
희재가 말했다. 남편과 희재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름을 뭐로 할까, 더 필요한 유아용품은 없을까, 교육은 어떻게 할까. 남편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고 희재도 그랬다. 의사가 들어왔다.
"아이도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희재는 남편과 함께 아이를 보러 갔다. 아이는 자고 있었다. 숨소리가 규칙적이고 컸다. 희재는 몇 년 전에 아이를 가졌다면, 이렇게 건강한 아이를 낳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남편을 만나기 일 년 전 쯤, 희재의 건강은 상당히 악화되어 있었다. 늘 두통과 어지러움에 시달렸다. 의사는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지만 아마도 빈혈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희재는 의사가 처방해준 빈혈 약을 꼬박꼬박 먹었고 빈혈에 좋다는 소의 생간도 매주 먹었다. 그러나 두통도 어지러움도 사라지지 않았다. 빈혈이 아니고 다른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원인을 찾다가 희재는 풍선 때문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희재는 이벤트업체 사장이었고 일손이 달리면 풍선 부는 일을 자주 도왔다. 푸우푸우 풍선을 불고 나면 두통과 어지러움이 심해졌다. 희재는 전기로 작동하는 공기주입기를 샀다. 코드를 꽂고 빨간색 스위치를 누르면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풍선이 부풀어 올랐다. 덕분에 일이 훨씬 빨라졌다. 그러나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일손도 계속 달렸다. 풍선 부는 것 말고도 일이 많았다. 희재는 아르바이트생들과 호흡이 맞지 않았다.
"빨리 좀 해. 빨리."
그게 희재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었다. 시급을 더 받기 위해서인지 아르바이트생들은 항상 굼뜨게 움직였다. 그래서 희재는 석 달에 한 번 꼴로 아르바이트생을 바꿨다. 그보다 일찍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도 많았다. 한 번은 그나마 마음에 들게 일을 하던 남자애 하나가 그만 두면서 희재한테 충고를 하고 갔다.
"사장님은 너무 급해요."
그 말은 희재에게 꽤 충격적이었다. 희재가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숨 쉴 틈 없는 생활 때문이었다. 하루가, 한 주가, 한 달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밥 먹는 것마저도 시간에 맞춰야 하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선택한 사업이 오히려 자신을 숨 가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희재는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희재는 엄한 가정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밤 열 시가 통금이었다. 그 밖에도 옷차림이라든가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간섭을 받았다. 간섭을 하는 것은 어머니였다.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더 엄격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머니의 간섭은 생의 부분에만 해당했고 삶의 부분은 온전하게 희재의 몫이었다. 어머니는 본인이 꿈을 잃고 살았기 때문인지, 삶의 부분에서 희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줬다.
희재가 단지 유화물감 냄새가 좋다는 이유로 미대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머니 입장에서는 돈이 많이 드는 미대를 선택한 것이 달가웠을 리가 없다. 희재는 그런 점에 대해서는 어머니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희재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 무엇을 하든 일류가 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희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미술학도였다. 그러나 희재는 화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희재는 그런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다들 그것을 알았다. 사람들의 예상대로 희재는 어느 대기업에서 주최한 디자인 공모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그 기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2년 만에 염증을 느끼고 그만 뒀다. 희재와 친한 지인들은 희재에게 회사에 다니기 전에는 없었던 버릇이 하나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한숨을 쉬는 것이었다.
 
희재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나, 하던 일이 끝났을 때, 그리고 일의 중간 중간이나 쉬는 시간에, 사람을 만나기 전이나, 사람들과 헤어지고 난 후에, 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다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말을 하면서 호르르 내쉬는 작은 한숨들까지 포함하면 더욱 잦았다. 그러나 정작 희재는 자신이 한숨을 쉰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회사를 그만 둔지 몇 달쯤 지났을 때, 희재는 인터넷으로 돌잔치 용품을 만들어 파는 일을 시작했다. 풍선이나 액자, 아이의 사진이 들어간 쿠션, 등이 주요 상품이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점점 수요가 늘어서 희재 혼자서는 다 만들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어떤 사람들은 풍선을 희재가 직접 설치해 주기를 원했다. 희재는 사무실을 하나 빌리고 아르바이트를 모집했다. 사업은 계속 번창해서, 돌잔치뿐만 아니라 청혼, 생일, 회갑연, 결혼기념일, 연인들의 각종 기념일까지 의뢰가 들어왔다. 고객들은 희재의 미적 감각을 마음에 들어 했다. 연인들의 이벤트가 가장 힘들었다. 대부분 상대방에게 말을 하지 않고 깜짝 놀래켜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놀래키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러나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고 너무 늦을 때도 있었다. 희재는 언제나 숨 졸이며 지켜봤다. 모든 게 무사히 끝나고 정리를 다 마친 후에 ‘휴’하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희재는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사표를 내면서 충고를 한 아르바이트생 덕분에, 희재는 자신이 숨 가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때는 마음대로 그만 둘 수도 없었다. 통장에 돈이 쌓이기 시작했을 때쯤에, 어머니가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갑자기 쓰러졌다. 뇌졸중이었다. 뇌졸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뇌출혈이고, 다른 하나는 뇌경색이다. 뇌출혈은 뇌로 향하는 혈관이 터지는 것이고 뇌경색은 혈전 따위에 의해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는 것이다. 어머니는 양쪽의 증상을 다 갖고 있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깨어나실 수 없습니다.”
의사는 기계적인 숨소리를 내면서 그렇게 말했다. 며칠 후에 어머니는 뇌사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는 스스로 숨을 쉬지 못했다. 그래서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들이쉰 숨을 내쉬지 않고 내쉰 숨을 다시 들이쉬지 않는 것 그게 죽음이다.
 
희재는 인공호흡기를 단 어머니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한국은 안락사는 인정하지 않지만 뇌사환자의 경우 가족이 원하면 언제든지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다. 그러나 희재는 자기 손으로 어머니를 죽이는 일 같은 것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병원비가 많이 들었다. 일을 그만 둘 수 없는 대신 희재는 두통과 어지러움을 고치기로 했다. 아니,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고쳐야만 했을 것이다. 두통과 어지러움은 점점 더 심해졌다.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 사이에 아르바이트생은 세 명이나 바뀌었다.
양약으로 안 된다면, 한약이나 침으로 고치면 될 거야. 희재는 한의원을 찾아갔다. 한의사는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다. 숨소리가 차분하고 목소리가 맑아서 환자들에게 신뢰를 줄 것 같은 사람이었다. 희재도 한의사가 손목을 잡자 왠지 차분해졌다.
“호흡이 문제군요.”
몇 분 정도 진맥을 하고 문진까지 마치 후에 한의사가 말했다. 
“호흡이요?”
“요즘 사람들은 들이쉬는 숨보다 내쉬는 숨이 더 많아요. 깊은 한숨을 쉬는 때는 많지만, 깊게 숨을 들이쉬는 경우는 별로 없지요. 그렇게 자꾸 내쉬는 숨이 많아지면, 마음이 조급해 지고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 병이 오는 겁니다.”
한의사가 말했다. 희재는 한의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한의사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약으로 보하고 침으로 북돋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얼마 안 있어 다시 이렇게 될 테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호흡을 바꿔야죠.”
한의사는 일단 침을 놔서 두통을 없애 줬고 약도 지어줬다. 그리고 자신의 후배가 한다는 단학 학원을 소개해줬다.
혹시 이런 식으로 환자들을 속여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닐까? 희재는 조금 의심하기는 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자신에게, 눈으로 보고 겪어보면 사기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정도의 판단력은 있다고 믿었다.
 
학원은 2층이었다. 유리창에 ‘단전호흡’ 이라는 네 글자가 간결하게 적혀 있었다. 희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백 평정도 되는 직사각형의 공간에 초록색 매트가 깔려 있었다. 벽 한쪽은 거울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희재는 이사 가기 직전의 태권도장 같다고 생각했다.  구석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기요?”
희재는 남자에게 다가가 그렇게 인사를 했다. 묵묵부답이었다. 희재는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여 남자를 불렀다. 남자는 벽에 등을 기댄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에게 좀 더 다가갔다가 희재는 깜짝 놀랐다. 남자가 어머니처럼 숨을 쉬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희재는 남자의 어깨를 잡고 좌우로 흔들었다. 남자의 몸은 잘 말려놓은 장작용 나무 같았다. 남자는 퉁상스레 눈을 떴다. 그리고 숨을 크게 숨을 내쉬었다. 남자의 내쉼은 끊임이 없었다. 마치 거의 다 분 풍선을 묶으려다가 놓쳐서 풍선의 바람이 빠져나오는 것 같았다. 희재는 남자의 폐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어 나달대는 모습이 떠올라서 인상을 찌푸렸다.
"뭡니까?"
숨을 다 내쉰 남자는 되알진 목소리로 물었다. 퉁바리맞은 표정이었다. 희재는 자신이 남자를 방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죄송해요. 숨을 안 쉬 길래. 원장님이세요?"
희재는 그렇게 말하고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서양인처럼 이마가 나오고 눈이 깊게 들어가 있었다. 눈동자의 검은자가 유난히 크고 맑았다. 진리의 심연이라도 엿보고 온 것 같아. 희재는 생각했다. 남자는 그 깊고 맑은 눈동자로 희재의 어깨너머를 가리켰다. 희재는 남자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들어올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문이 하나 있었다. 벽과 문의 색이 같아 눈에 띄지 않은 모양이었다. 희재는 고맙다는 의미로 목례를 하고 문 쪽으로 돌아섰다. 남자는 다시 눈을 감고 벽에 몸을 기댔다. 희재가 문을 열 때 남자가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원장은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희재를 발견하고는 책에 책갈피를 끼워 넣은 후에 책을 덮고 일어섰다. 어딘지 한의사와 비슷했다. 특히 목소리가 그랬다.
"요즘은 그런 증세로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요. 금방 나아질 수 있습니다."
희재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원장이 말했다. 수업은 바로 시작됐다.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빼세요.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하면 됩니다.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한테 편한 자세가 가장 좋은 거니까요."
"저 죄송한데 조금만 빨리 말해주시면 안될까요?"
희재가 말했다.
"이게 정상적인 속도에요. 곧 알게 될 거예요."
원장이 말했다. 희재는 원장이 시키는 대로 했다. 희재에게 가장 편한 자세는 태아처럼 몸을 구부리는 것이었다. 희재는 잠을 잘 때도 해마나 새우 같은 그런 자세로 잠들었다.
"이제 크게 숨을 들이쉬세요. 최대한 많이. 그다음엔 바로 내쉬지 말고 잠시 숨을 참으세요. 몸 안에 기운이 돌도록. 너무 많이 참을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조금씩 숨을 나눠서 내 쉬세요. 네 그렇게요. 잘하시네요."
원장이 말을 이었다. 원장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부드러웠으며, 신뢰가 생기는 정언 같은 느낌이 들었다. 희재는 원장의 말을 잘 이해했고 그 말대로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자, 다시 한 번."
희재는 원장이 시키는 대로 계속 숨을 쉬었다. 희재가 눈을 떴을 때, 놀랍게도 한 시간이나 흘러 있었다.
"제가 잠들었었나요?"
"글쎄요. 가끔 잠드시는 경우도 있지만 제 말이 안 들리셨습니까?"
"잘 들렸어요."
"어쩌면 반수면 상태였는지도 모르죠. 어쨌든 잘하셨습니다. 집에 가셔도 시간 나시면 해 보세요. 이 호흡법에 익숙해지면 다른 것도 알려 드리겠습니다."
원장이 말했다. 학원을 나오면서 희재는 선연히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 들었다. 희재는 틈이 날 때마다 원장이 알려준 대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잠시 멈추고 천천히 내쉬었다. 엄마도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병실에서 숨을 쉬다가 희재는 생각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숨을 쉬지 않았다. 인공호흡기의 쉬익 휘익 하는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렸다. 병원을 나오면서 희재는 늘 그랬듯이 병원비를 카드로 결제했다.
단학을 배우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을 때, 희재는 두통과 어지러움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상쾌함과 푹 자고 일어난 것 같은 개운함이 매일 지속됐다. 이제는 그만 다녀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희재는 기본호흡만으로도 이 정도라면 다른 호흡법을 배우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어쩌면 희재는 한의사나 원장 같은 목소리와 호흡을, 그들이 주는 신뢰와 여유를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조금 더 깊이 숨을 쉬어 보세요. 아뇨. 그게 아니라 더 깊은 곳까지 숨이 들어가도록. 의학적으로는 폐까지만 공기가 들어가는 게 맞지만, 그냥 느낌으로만 더 아래까지 들어간다고 생각하세요. 어차피 우리 몸의 모든 곳에 산소가 들어가는 거니까요. 네 이제 좀 더 오래 숨을 참아 보세요."
다음 호흡은 배우는 것은 약간 힘들었다. 존재하지는 않지만 실재하는 단전을 인지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단전을 인지하고 그리로 숨을 보낸 후에도, 단전에 숨을 모아두는 것이 잘 되지 않았다. 숨 가쁘게 살아온 지난 시간들 때문에 희재는 채 1분도 숨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숨을 참고 있으면 시간이 느리게 갔다. 30초가 지나면 답답했고 50초가 지나면 뭔가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1분이 됐을 때는 죽을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더 이상 참지 못해서 숨을 내쉬기 직전의 짧은 순간에는 기분 좋은 황홀함이 느껴졌다. 찰나였지만, 생의 부분에도 삶의 부분에도 속하지 않는 어떤 것이 있었다. 엄마도 이런 것을 느끼고 있을까? 희재는 그 느낌 때문에 자주 숨을 참는 연습을 했다.
"나중에는 저분처럼 되는 건가요?"
처음으로 1분 넘게 숨을 참았다가 뱉어낸 날, 희재는 원장에게 그렇게 물었다. 희재가 가리킨 것은 첫날 봤던 장작용 나무였다. 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제 더 이상 오래 숨을 참을 필요는 없어요. 호흡은 말 그대로 들이쉬고 내쉬는 과정이죠. 어느 한 쪽을 지나치게 하는 건 좋지 않아요. 지금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렇게 하는 겁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평온하고 규칙적인 호흡이 가장 좋은 거죠."
원장이 말했다.
"저분은 3분 넘게 참는 거 같은데요?"
희재가 말했다. 원장은 구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희재는 처음으로 원장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봤다.
"저 녀석은 제 조캅니다. 저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저도 못해요. 저건 단학과는 무관해요. 뭐랄까, 일종의 직업병이죠. 저 녀석은 잠수부였거든요."
"잠수부요?"
"네, 저도 들은 거지만, 어부들이 바다에서 그물을 던지다 보면 옛 시대의 유물들이 걸리는 경우가 있나 봐요. 그러면 더 많은 유물들을 찾기 위해서 잠수부들이 바다에 들어가서 조사를 하는 거죠. 몇 번인가 고려청자 같은 걸 찾아낸 적도 있다더군요."
원장은 왠지 쓸쓸하게 말했다.
"연습하는 거군요."
희재는 더 이상 묻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말끝을 흐렸다.
"아뇨, 저 녀석은 더 이상 바다에 들어가지 못해요. 잠수병에 걸렸거든요."
원장은 계속 남자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바다에 들어 갈 수 없는 대신, 숨을 참아서 심해를 경험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뭐든 한쪽으로 치우치면 좋지 않아요. 내쉬지는 않고 들이쉬기만 하면 빠져나가야 할 것이 빠져나가지 않고 기가 넘쳐서 역시 몸을 망치죠. 저 녀석을 좀 고쳐 보려고 데려온 건데 도통 말을 듣질 않아요. 간신히 천천히 내쉬는 것만 가르쳐 놨죠. 가끔 저 녀석의 눈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저도 무서울 때가 있어요."
원장의 말을 들으면서 희재는 어쩌면 원장에게도 남자가 계속 들이쉬기만 하고 내쉴 수는 없었던 그런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이렇게 토로하는 것이라고. 희재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던 것처럼 학원에 갈 때마다 남자를 힐금 힐금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희재는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좋다는 원장의 말을 듣고 새벽에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뛰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희재처럼 운동복 차림으로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과 새벽기도를 가는 할머니들이 많았다. 그리고 동네가 언제나 깨끗한 이유가 환경미화원들이 해뜨기 전부터 청소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 첫차를 타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꽤 빠른 속도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후에도 희재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몇 바퀴 더 뛰어도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무리를 하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뒀다. 달리기를 한 덕분인지 아침밥이 평소보다 맛있었다. 다음날부터 희재는 조금씩 달리는 거리를 늘려갔다. 희재의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잠수부였던 남자가 숨을 참는 시간도 조금씩 길어졌다. 남자가 5분 넘게 숨을 참게 됐을 때쯤, 희재는 동네를 다섯 바퀴나 돌 수 있었다.
희재는 원하던 대로 건강과 여유를 찾았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희재를 답답하게 생각했다.
"사장님 빨리요."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들은 일은 할 때마다 희재에게 그렇게 말했다. 희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일에 숨을 졸이지 않았다. 이벤트를 실패하기도 했다. 청혼이었는데, 상대 여자가 도착했는데도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았다. 다행히 그들은 결혼을 했지만 예정처럼 멋진 프러포즈는 아니었다. 그렇게 몇 번 실패하자 안 좋은 소문이 퍼졌는지 이벤트를 의뢰하는 고객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일거리와 함께 수입도 줄었다. 희재는 아르바이트를 한 명 해고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몇 달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춘 직원을 해고했기 때문에 기분이 울적했다. 희재는 평소보다 더 오래 숨 참는 연습을 했다.
희재와 남자는 동시에 문을 열려고 하다가 눈이 마주쳤다. 남자가 양보했고, 희재가 먼저 나갔다. 여기서 사는 게 아니었나? 계단을 내려가면서 희재는 생각했다. 뒤에서 남자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희재는 왠지 남자가 신경 쓰였다. 공교롭게도 건물을 나온 뒤에도 남자는 희재와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희재는 차라리 얘기라도 하면서 같이 갈까,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것도 이상할 것 같았다. 내가 뒤에 있었으면 좋았을걸.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포장마차 안은 퇴근 후 한잔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구석에 자리 하나가 남아서 희재는 그곳에 앉았다.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구색을 맞추려고 소주 한 병과 꼼장어, 우동을 시켰다. 주인은 바로 안주와 술을 희재의 자리에 내려놨다. 그때, 남자가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희재는 혹시 남자가 자신을 따라온 것이 아닌가, 잠시 생각했지만 주인과 말을 주고받는 모양새가 원래 단골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희재는 남자와 같이 술을 마시게 됐다.
두 사람이 함께 술을 마시면 그들이 어떤 사람이든, 내용이 무엇이던 간에 두 사람은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다. 희재와 남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희재는 내심 남자에게 궁금한 것도 있었고 술에 취한 김에 이것저것 물어봤다. 남자는 살짝 귀찮아하는 것 같긴 했지만 희재의 질문에 나름 성의껏 대답을 해 줬다.
"그렇게 오래 숨을 참으면 어떤 느낌이에요?"
희재가 물었다.
"취했어요? 아까 말했잖아요.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라고."
남자가 실팍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남자도 약간 취한 것 같았다.
"그랬나요? 그럼 왜 깊은 바다에 들어가고 싶은 건데요?"
희재가 다시 물었다.  
"살기 위해서지. 아니 죽기 위해선가."
남자는 한숨처럼 말했다.
"삶과 죽음이 같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살아 있는 사람은 숨을 쉴 수 있고 죽은 사람은 쉴 수 없다구요."
희재가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그거에요. 사람의 세포는 매 순간 파괴된다는 거 알고 있어요? 젊을 때는 파괴되는 세포의 수가 새로 생기는 세포의 수보다 적어서 성장할 수 있고 그게 잠시 유지되기도 하지만. 파괴되는 세포의 수가 새로 생기는 수보다 많아지면 점점 늙는 거죠. 그러다 죽는 거고. 알겠어요? 사람은 숨을 쉬기 때문에 살 수 있지만 결국은 숨을 쉬기 때문에 죽어가는 거예요. 세포를 파괴하는 건 산소니까."
남자는 무연한 시선으로 희재를 쳐다봤다.
“오래전부터 해녀들 사이에 내려오는 주술 같은 게 있어요. 죽어가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자신이 죽을 때까지 숨을 참으면, 그 생명력이 전해진다는 거예요. 미신이라는 건 알지만 절박한 순간이 되니까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나는 끝까지 숨을 참지 못했어요. 목숨보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 거죠.” 
남자는 마지막 잔을 비우고 일어서서 나갔다. 희재는 잠시 남자의 말을 되뇌어 봤다. 그리고 술을 몇 잔 더 마셨다. 희재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다가 울었다. 마신 술만큼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눈물이 마를 때쯤 희재는 다시 술을 마셨기 때문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결국 희재는 포장마차가 끝날 때가 돼서야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날 이후로는 남자를 볼 수가 없었다. 원장의 말로는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원장은 희재에게 다음 호흡법을 알려주려고 했다.
"이젠 몸도 좋아졌고, 그만 배울게요."
희재는 학원을 그만뒀다. 학원뿐만 아니라, 사업도 그만뒀다.  그만두기 전에 희재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이벤트를 했다. 지금껏 준비한 어떤 이벤트보다 규모가 크고 사람도 많이 초대됐다. 준비하는데 몇 주일이 걸렸다. 희재는 자신이 가진 모든 미적 감각을 총동원했다.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희재는 마음이 먹먹했다. 남은 아르바이트생은 한 명 뿐이었다. 사무용품은 헐값에 팔았다. 오롯이 쌓여있던 이벤트 재료들은 마지막 이벤트를 할 때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희재는 텅 빈 사무실에서 작은 물건들을 상자에 담았다. 아르바이트생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사장님 저건 어떡하죠?"
아르바이트생이 뒤쪽의 벽을 향해 곁손질을 했다. 풍선을 불 때 쓰는 공기주입기였다.
"알아서 해. 이제 쓸 일이 없을 거야."
"제가 가져갈게요. 자전거에 바람 넣을 때 쓰면 좋겠어요."
희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바이트생은 한참을 공기주입기가 있는 벽 앞에 앉아 있었다. 희재는 짐을 다 쌌다.
"왜 그래?"
"이게 안 빠져요."
공기주입기의 코드가 콘센트에 붙어서 빠지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박혀 있어서 굳어 버린 것 같았다. 희재는 천천히 공기주입기 앞으로 다가가서 스위치를 눌렀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나왔다. 희재는 가위로 코드의 줄을 잘랐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아르바이트생이 말릴 틈도 없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쉬이익 하면서 바람이 나오다가 멈췄다. 희재는 사무실 불을 껐다. 상자를 들고 집으로 갔다.
 
 
아이는 작은 손가락을 꼬물거리면서 울었다.
"당신 무슨 생각해? 애 깨어 났다니까?"
남편이 말했다. 희재는 정신을 차리고 아이와 남편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냥 피곤해서요. 좀 쉬어야겠어요."
희재가 말했다. 남편은 희재를 병실까지 부축해준 뒤에,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고 나갔다. 걱정이 됐는지 시누이에게 병원에 와 달라고 부탁하고 갔다. 
희재가 남편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남편의 어떤 말 때문이었다.
"총을 쏘기 전에는 숨을 멈춰요. 숨을 쉬면 총이 흔들리거든요."
남편은 경찰특공대 저격수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을 죽인 적도 있어요?"
"몇 번 있죠."
"어떻게요?"
"한 번은, 몇 년 전에 공항에 비행기 납치범들이 불시착한 적이 있었는데, 혹시 기억하세요? 그때 출동한 게 저희였거든요. 저는 활주로 통제탑 위에서 저격할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죠. 무전으로 지시를 기다리면서, 사실 저격수는 그런 상황에서 독단으로 발사할 권한이 있어요. 상황을 봐서, 명중시킬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스스로 판단해서 쏘는 거죠. 기회가 자주 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납치범 대장이 조준경 안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저는 바로 쐈죠. 한 번에 명중했어요. 바로 진압팀이 돌입하고 상황이 마무리됐죠."
남편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사람은 숨을 쉬지 않았겠네요?"
"네? 아! 뭐 그랬겠죠. 죽었으니까요."
남편은 아주 건강한 숨소리를 가진 남자였다.
 
 
몇 주 뒤에 희재는 퇴원했다. 아이를 안고 병원을 나오면서 희재는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차를 봤다.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주황빛으로 물든 구름이 넓게 산란해 아름다웠지만 배경이 건조한 탓인지 어딘지 슬퍼 보였다. 희재는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뺐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쉰 후에 조금씩, 천천히 내뱉었다.

이갑수  문예창작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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