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사러가는 날

선물 사러가는 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유독 발이 아프다
외로움은 하층민의 습관이라던
한 교수의 말을 몰랐던 때에도
생일에는 늘 혼자였다
착한 사람 증후군을 앓는 나
계단에서 낮은 숨을 쉬던 이는
내츄럴 베이지 파운데이션으로 덮어둔다
헤어진 연인의 생일
선물을 사러 간다
시인들이 잠든 책장 앞에서
뜯어진 만화책을 몰래 보는 나는
부끄러울 게 없다
비싼 잡동사니를 파는 곳에서
꿀벌의 춤을 춘다
컵라면 용기의 뚜껑을
온몸으로 붙드는 플라스틱 인형이
들썩거리는 머리를 누른다
현기증이 나고, 손끝이 저릿하다
오늘도 초콜릿을 물고
혈당 대신 흘러내리는 가면을 끌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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