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성장의 계절


  차는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향해 달린다. 사막, 질서정연하게 심어져 있는 여러 가지 농작물이 끊임없이 뻗힌 길, 하늘을 치솟을 듯한 야자수는 길을 따라 열을 지어 가로수를 이루고 있었다. 차창을 스치는 이러한 풍경들은 어느새 나에게 오랫동안 계속된 여행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마음은 상쾌해졌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약 한 달간의 긴 여행에서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수중에 돈도 거의 다 떨어져가고 있을 때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계획에 든 ‘로스앤젤레스’의 여정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누구에게 하소연할 상대도 없다는 것이 문득 나를 당혹시켰다.
  즉 내가 신세를 질려고 했던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고, 아니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도움을 청해볼 만한 곳이 없을까 하고 전화번호부를 다시 한 번 열심히 찾았다.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를 보냈다.
  ‘한국 절’ 혹시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하고 몇 번이고 보았다. 그 순간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는 곧 전화연락을 하여 나의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말했다.
  그러나 동국대학교 학생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불교재단으로 설립된 학교의 학생이라는 점에서의 혜택을 받는 것보다는 한국학생으로서의 도움을 청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허락을 받은 후 내가 동국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그쪽에서는 더욱더 반가워한다. 절은 규모가 작았으나 ‘在美(재미) 조계종 총무원본부’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주에는 매우 큰 규모의 절이 있고, 또한 미국 각처에는 많은 절이 설립되어 있다고 한다. 그 절에서 고맙게도 사흘 동안이나 머무르며 학교 얘기를 친근하게 나눌 수 있어서 기뻤고, 재미한국인의 실태 등 여러 가지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었다.
  보다 더 흐뭇했던 것은 한국 절이 머나먼 미국까지 와서, 불교를 전파시키고 한국의 얼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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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남의 도움을 가능한 한 받지 않고, 나의 능력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 역시 인간은 서로 필요한 때에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야, 복잡한 가운데서도 인간미를 느끼고 좀 더 밝은 사회, 그리고 아름다운 세계가 이룩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나의 미국여행기 중의 한토막이다. 이제 졸업을 맞아 나의 대학 생활 중의 일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친다.
  영문과에 입학, 아무것도 모르고 즐겁던 1학년 시절, 2학년 때 여학생회 총무로써 여학생회를 처음으로 돕던 일, 3학년 때 여학생 회장으로서 1년 동안 배우면서 동국대학 여학생을 위해 해보려고 했던 나의 미숙했던 시절, 그리고 영문과주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으로 출연하기 위해 겨울 내내 연습하던 일, 또한 학생으로서의 미국여행 했던 일들, 정말 누구 못지않게 대학생활을 보람되게 보낸 듯하다. 막상 졸업을 하려하니 아쉬움과 더불어 이토록 나를 성장시킨 모교의 교수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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