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람 깨달아 平和(평화) 이룩

  西翁(서옹) 큰 스님께서 臨濟錄演義(임제록연의)를 펼쳐내시었다. 臨濟錄(임제록)이 지닌 가치는 東西(동서)를 莫論(막론)하고 精神世界(정신세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認定(인정)하는 바이다. 더구나 이것이 平生(평생)을 한결같이 禪(선)의 實參實修(실참실수)에 몸바쳐오신 西翁大宗師(서옹대종사)에 의해서 提唱(제창)되었다는 데에 더욱 큰 意義(의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을 사는 現代人(현대인)들이 禪(선)을 理解(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解題(해제)까지 붙여놓으신 것을 볼 때, 크신 자비심에 오직 감복할 따름이다.
  스님께서는 日本臨濟大學(일본임제대학)을 졸업하신 다음 일본에서도 가장 규율이 엄한 禪房(선방)에서 3년간 용맹정진하셨다. 그 후에도 줄곧 禪(선)의 실지를 힘차게 밟아나가셨을 뿐 一切(일체)의 世俗的(세속적) 言論(언론)을 농하신 일이 없다. 그러던 분이 이제 다시 붓을 드시어 臨濟錄(임제록)을 演義(연의)하신 데에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으리라. 세속의 만상에 흔들리지 않고 물들지 않는 분이 世人(세인)의 問題(문제)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無綠大悲水(무록대비수)로 衆生界(중생계)의 메마른 마음 밭을 촉촉이 적시어 絶對主體(절대주체)인 生命(생명)의 싹이 돋아나게 하시었으니 참으로 감격스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스님은 解題(해제)에서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오늘 人類(인류)는 過去(과거)의 전통이 깨지고 主體(주체)를 상실하여 윤리질서가 무너져서 혼란을 이루고 있는 이때에 臨濟錄(임제록) 刊行(간행)을 계기로 해서 참사람(眞人(진인))을 깨닫고 참사람 입장에서 南北統一(남북통일)을 成就(성취)하고 새 역사를 창조하여 世界平和(세계평화)를 이룩함에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다행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로써 우리는 스님의 임제록 간행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러면 스님이 그토록 강조하시는 참사람(眞人(진인))은 어떤 것인지 본문을 通(통)해서 그 편린(片鱗)이나마 살펴보도록 한다.
  “내가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다만 너희가 다른 사람의 미혹(迷惑)함을 받지 않고, 행동하고 싶거든 행동하게 함이니 결코 주저주저 하지 말라. 오늘날 배우는 사람이 안 되는 것은 병이 어디에 있느냐? 병은 스스로 믿지 않는 데에 있다. …네가 만일 생각 생각에 밖으로 구하는 마음을 쉬면 바로 조사(祖師)인 부처와 다르지 않다.” 또 고인(古人)의 말씀을 引用(인용)해서 말씀하시기를 “만일 업(業)을 지어 가지고서 부처를 구하려고 하면 부처는 바로 生死輪廻(생사윤회)의 큰 조짐이다.”고 했다. 이에 對(대)해서 西翁(서옹) 스님께서 着語(착어)하시기를 “부처 있는 곳에 머물지 말고 부처 없는 곳에 급히 달려 지나서 삼천리 밖에 사람을 만나거든 그릇 들어 말하지 마라.”고 하셨다.
  임제스님은 또 말씀하시기를 “여러분 어느 곳에서든지 主人公(주인공)이 되면 그 서있는 곳은 다 진실한 것이다. 어떠한 境界(경계)에 부딪혀도 너희로 지은 나쁜 습기와 無間地獄(무간지옥)에 떨어질 다섯 가지 행위가 있더라도 자연히 해탈의 큰 바다로 화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 西翁(서옹)스님은 이렇게 着語(착어)하시었다. “칼은 자신에 대지 못하도다.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것과 옳고 그르고 너니 나니 하는 것과 문득 기뻐하고 문득 성내는 것이 이것을 여이지 않거니와 다만 이것이라 하면 문득 얼굴에 침 뱉을 지니라. 평생 간담(肝膽)을 일시에 기울이니 진정한 견해를 다 설파하였도다.”
  참으로 서릿발 같은 말씀이시다. 터럭 끝만 한 차이에 十萬八千里(십만팔천리)가 벌어지니 삼가고 삼가야 될 일이다. 말장난에 길든 사람은 곧 ‘이것이라’ 수긍할 것이요, 깊은 믿음이 있는 자는 모골이 송연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님의 한 말씀에 앵무새의 머리가 찢어졌으니 개는 흙덩이를 쫓을 것이요, 사자는 바로 그 사람에게 덮칠 것이다.
  임제스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늘 道(도) 배우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스스로 믿는 것이 重要(중요)하다. 밖으로 찾아 구하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너희들은 모두 저 쓸데없는 더러운 境界(경계)에 執着(집착)하여야 아주 邪(사)된 것과 바른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 …모든 오는 자한테 끄달려서는 안 된다. 네가 한 생각 의심하면 바로 마(魔)가 마음에 들어가게 된다. 저 보살도 疑心(의심)할 때는 生死(생사)의 魔(마)가 틈을 타게 된다. …너희들이 지금 응하여 작용하는 곳에 무엇이 모자란단 말인가? 한 찰라 사이에 바로 淨土(정토)에 들어가고 穢土(예토)에 들어가며 미륵루각에 들어가고 三眼國土(삼안국토)에 들어가서 도처에 돌아다니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다만 텅 빈 이름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着語(착어) 하시기를 “의지함이 없는 道人(도인)이여 오랑캐로 오고 한인으로 나타나도다. 한 점 신령스러운 광명이 만 번 화하고 천 번 변하도다.”하셨다.
<東西文化院(동서문화원) 발행, 436面(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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