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중심에 서서 대학신문의 위기 타파해야

 

 

사회 = 동대신문이 올해로 창간 60주년을 맞이한 데 이어 오는 11월 29일 자로 지령 1500호를 발행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동대신문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요. 이에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동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동대신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동대신문사 기자로 재직할 당시를 회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윤청광(영문59, 1962년 편집장) = 제가 학생기자로 재직했을 때는 동대신문에 대한 학내구성원들의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신문이 발행되는 날이면 학생들이 신문을 받기 위해 신문사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학내에 끼치는 영향력도 막강했습니다. 당시 휴강이 잦은 대학의 현실을 바로잡고자 교무과의 서류를 훔쳐 한 학기 휴강통계를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그로 인해 한 학기에 강의를 한 번도 하지 않던 H모 교수가 사표를 내고 대학을 떠났습니다.

 

또 ‘깨져가는 운동장의 꿈’이라는 대학신문 사상 최초의 호외를 발행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학생들은 장충단 공원 자리에 운동장이 생기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중앙공무원교육원이 착공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에 저를 비롯한 기자들은 호외를 제작해 아침 일찍 학생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이를 본 학생들은 즉각적으로 데모를 벌였고 결국 학교는 그 건물을 인수(引受)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범모(미술72, 1974년 문화부장) = 제가 동대신문에 입사했을 때는 군사독재 시절로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휴교령이 자주 내려지고 학생들의 시위도 빈번하게 일어나던 때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상식적인 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대학 총장과 당시 대통령이 같이 나온 사진을 신문에 실었는데 대통령이 측면으로 나왔다는 이유로 신문이 배포 금지를 당하는 등 신문제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회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학생들이 시사적인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대학신문이 유일(唯一)했기 때문에 동대신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만수(국문77, 1979년 편집장) = 제가 학생기자로 활동하던 때는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가 말기에 접어들면서 사회 곳곳에서 독재에 대한 저항이 일어났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에는 신문 한 면이 시국선언문으로 채워질 정도로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신군부에 의해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는데 휴교기간에도 계속해서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시를 회상하자면 검열에 대한 추억이 가장 많습니다. 신문제작 후 전두환 군부 시절에 서울시청 2층에 있는 검열실에 가서 검열을 받던 기억이 납니다. 검열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검열을 하던 군인들을 속이기 위해 기사를 작성하는데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남철우(농경89, 1991년 편집장) = 80년대는 한국사회의 격동만큼이나 대학사회도 시대의 도전과 변혁을 온몸으로 받았던 시대였습니다. 동대신문 기자들 역시 사회민주화와 학원자주화라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각종 필화사건에 휘말리기도 했고 학생기자들이 중부 경찰서에 불려 다니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당시를 회상하자면 취재를 많이 다녀 학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특히 평택 미군기지에 취재를 하러갔다가 고향에서 쫓겨나게 된 한 할머니를 인터뷰 한 일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미경(국문97, 1999년 편집장) = 선배님들처럼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학생기자로 있을 때는 기술적인 변화를 많이 겪은 시기였습니다. 수습기자 일 때는 200자 원고지에 기사를 작성했지만 3학년 퇴임을 앞두고는 맥 컴퓨터로 조판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에 8면으로 발행되던 체제를 8면과 12면 교차 발행하게 됐고 신문에 칼라 지면이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또 인터넷이 막 활성화되기 시작해 기자 이메일실명제를 실시함과 동시에 인터넷에 기사를 올렸던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동대신문의 제호를 한글로 바꾸었던 것입니다.

사회 = 선배님들 말씀대로 동대신문은 각 시대별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신문제작에 대한 어려움, 기자들의 고민과 걱정은 그대로 인 것 같습니다. 지금 동대신문 기자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현재 동대신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윤청광 = 지면 구성이 과거와 달라지긴 했지만 과거에 비해 언론다운 느낌이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동대신문 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 언론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사회, 정치적 문제를 바라보는 학생기자들의 비판의식이나 고발의식, 현장의식 등이 많이 사라진 점이 안타깝습니다.

윤범모 = 현재는 멀티미디어가 주를 이루고 있는 시기로 활자매체의 영향력이 20~30년 전에 비해 많이 약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대학신문의 위상도 상대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제가 신문을 만들 때는 매체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에 대학신문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해야 할 역할도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매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대학신문이 상대적으로 위축돼 있는 것 같습니다. 윤청광 선배의 말씀대로 현장의식, 비판의식이 발휘되지 못하는 악순환의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기자들 스스로가 전문성을 키우고 현장의식을 길러 활자신문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타파해야 합니다.

한만수 = 문자매체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살려야 언론매체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신문을 보면 학생들의 신문인지, 대학당국의 홍보지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기자들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갖고 구성원이 반응할 수 있는 기사를 쓴다면 문자매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노릇이라는 것이 매우 힘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즘 학생기자들은 성과가 힘에 비례해서 충분히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남철우 = 요즘 동대신문을 보면 인쇄매체로서의 한계를 실감합니다. 디지털화되고 있는 세상에 맞는 매체의 변화가 모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적절히 활용한 나름대로의 변화를 모색해 봐야 합니다. 또한 대학사회의 변화에 맞춘 눈높이 기획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 과거와 달리 대학언론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동대신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윤청광 = 본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대학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이 대학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데 동대신문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교수, 학생, 동문들의 살아있는 스토리가 신문에 자주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한만수 = 선배 말씀에 덧붙이자면,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애교심이 낮은 게 사실입니다. 기자들이 우리대학의 전통, 역사 등에 관한 기획기사를 통해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동국 정신을 고취시킬 수 있는 기사가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다른 부분에 있어서 말씀을 드리자면 사실 과거에는 신문을 제작하면서 시대적 상황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신문을 만들던 때에는 사회적으로 암울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회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기자들이 사회적 의제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 신문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사회적 의제를 잘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남철우 = 우리대학의 중흥을 위한 방법을 동대신문이 앞서서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으로서 동대신문이 구성원들의 단결과 중지를 모으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대학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담담히 동대신문 1501호를 출발했으면 합니다.

김미경 = 과거에 비해 학생기자들의 위상이 추락한 것은 사실입니다. 선배들도 말씀하셨지만 신문의 아이템을 결정하고 의제를 형성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소셜 네트워크가 기반이 되는 시대인 만큼 동대신문이 소통의 창구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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