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태어난 장자의 지혜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잡스는 이공계대학 출신이지만, 인문학에 바탕을 둔 공학(工學)이 더 가치 있다고 항상 주장한다. 특히 “소크라테스와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의 모든 것을 주겠다”라는 그의 말은 당대 최고의 명언(名言)으로 꼽히고 있다.

나도 이공계 출신의 대학교수로서 이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인간의 근본마음과 휴머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여야만 올바른 공학적 연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의 명상가인 오쇼가 중국의 사상가인 장자에 대해 현대적 가치로 새롭게 강의한 ‘삶의 길 흰구름의 길’은 인간의 근본(根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명작이다.

중국의 유명한 사상가인 장자는 그 내용의 우수함에도 불구(不拘)하고,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부담감이 있다. 그러나 오쇼는 장자의 내용 중에서 총10개의 지문을 발췌(拔萃)하여 현대적 감각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고 각색했다. 여기서는 몇 가지만 간단히 소개한다.

첫째는 빈배에 대한 비유를 했다. 강가에서 노 젓는 배를 타고 갈 때, 반대쪽에서 사람이 없는 빈 배가 오면, 내가 알아서 그 배를 피해간다. 그러나 사람이 노를 젓고 있으면, 서로 비키라고 소리를 친다. 그리고 곧 싸움으로 이어진다.

나의 배를 비우면, 상대방이 알아서 비켜가고 자연히 싸움도 없을 텐데, 우리는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늘 서로 비키라고 싸움을 한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기를 비우는 연습부터 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불사조와 올빼미의 비유이다. 불사조는 함부로 내려앉거나 함부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러나 올빼미는 반쯤 썩은 쥐를 뜯어먹고 있다가 불사조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두렵고 당황하여 썩은 쥐를 더욱 더 움켜쥔다. 또한, 올빼미는 자기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상대방보다 우월한 것만 골라 상대를 심하게 공격한다.

아무도 이런 올빼미처럼 살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대부분 이런 올빼미처럼 살고 있다. 자아(自我)를 찾는 제 1걸음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올빼미의 습성을 버리고, 불사조의 모습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셋째는, 대자유의 길이다. 활을 쏘는 궁수가 재미로 활을 쏠 때는 온갖 기술을 다 부린다. 그러나 상금을 받기 위해 활을 쏘면 궁수의 눈은 멀고, 과녁은 두 개로 보이게 된다. 궁수의 기술은 변함이 없지만, 상금이 그를 분열시키고, 근심하게 한다. 이기기 위해 활을 쏘면, 결국 궁수의 힘은 고갈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삶속에서 그저 남을 이기기 위해 힘을 다하면, 결국 에너지는 고갈(枯渴)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화살을 쏘지 말고, 화살로 하여금 저절로 날아가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도리이며 대자유의 길이다. 삶은 풀어야 할 수학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아름다운 신비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주옥(珠玉)같은 말이 많지만, 지면상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 전에 인간본성에 대해 통찰을 하는 것이 성공으로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쇼의 통렬한 비유와 언어는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제대로 된 연구를 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