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俗(세속)에 물드는 사랑의 風俗圖(풍속도)

  ‘F․스코트․피츠제탈드’의 ‘위대한 개쓰비(The great gatsby, 1925)’는 눈부신 예술적 성공작, 또는 완벽한 소설이라고 찬사를 받은 비교적 짧은(우리말로 번역하면 원고지 일천매 미만) 장편 소설이다.
  소설 중의 話者(화자) ‘캐러웨이’가 生前(생전)의 아버지 말을 되새기는데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우선 멜로드라마적인 평이한 플로트를 갖고 있다.
  1차대전 중 ‘개쓰비’ 중위는 부호의 딸 ‘데이지’를 사랑한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끝나자 무일푼의 ‘개쓰비’는 그녀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英國(영국)에 남게 된다.
  처음 얼마간 상심 속에 헤매던 ‘데이지’는 ‘월’가의 백만장자인 ‘탐 뷰캐넌’과 결혼한다.
  여기서 개쓰비는 다시 ‘데이지’를 찾기 위한 열망으로 입신 출세 ‘롱 아일랜드’의 ‘사운드’만을 사이에 두고 ‘데이지’가 살고 있는 집 맞은편에 호화 저택을 빌어 혹시나 ‘데이지’가 찾게 되지 않을까 하여 밤마다 파티를 연다.
  결국 ‘데이지’는 일순 그에게 돌아오나 두 사람이 타고 가던 ‘데이지’가 운전하던 차가 사람을 친다. 여기서 ‘개쓰비’는 자신이 대신 죄를 받겠다고 하나 ‘데이지’가 남편에게 돌아가는 것을 듣고 실의에 잠기던 중 ‘뷰캐넌’의 거짓말을 들은 차에 치인 여자의 남편에게 수영장에서 살해당한다.
  이 작품은 구성상의 묘보다도 그 시적 묘사와 사회풍속도의 희화적 묘사에 중점 두어졌다.
  특히 그의 시적 묘사는 놀랄 만하다. 말과 말 사이의 공간, 또 自然(자연) 묘사에 ‘오버 랩’ 시키는 세속의 풍물도에서 느끼는 씁쓸한 감미로움, 값 싼 즐거움, 너무나 절박하고 글자 그대로 솔직하기 때문에 감상이라고 몰아부쳐지는 감정의 일면들을 그는 담담한 가운데 인간적인 눈으로 파악하고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는 또 별 가치 없는 무의미한 행동과 표정을 말하는 가운데 가슴 벅차게 육박해오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마련하고 있다. 우선 序詩(서시)에서 그는

그럼 金(금)모자를 쓰려므나 그게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높이 뛰어오를 수 있거든 또한 그녀를 위해 뛰어올라라
그녀가 이렇게 외칠 때까지
‘애인’이시여, 金(금)모자 쓰신 높이 뛰어오르는 애인이시여 당신을 차지해야겠어요.
-T.P.딘빌리어스

를 引用(인용)한다. 또 사랑의 진행을 다음과 같이 독백시킨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한동안은 그녀가 나를 걷어 차 버렸으면 하기까지 했습니다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내가 뭘 많이 알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자기와는 다른 일을 내가 알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나는, 내 야망과는 점점 멀어지며 점점 깊은 사랑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야망 같은 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장차 어떻게 되리라는 얘기를 그녀에게 들려주면서 좀 더 즐거울 수가 있는 판국에 위대한 일 같은 것을 진짜 해 보았자 무엇 하겠습니까?’

  ‘개쓰비’가 죽은 뒤 ‘캐러웨이’는 아무도 그를 기억해 내지 못하며 잊어버리려는 사람들에게 분개마저 느낀다. ‘캐러웨이’는 ‘개쓰비’의 아버지를 찾아가 본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어렸을 때 가졌던 헌 책 한권을 건네준다.

  ‘…맨 끝의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面紙(면지)에 ‘스케쥴’이라 적어놓고 1906년 9월 12일이라 적었다. 그리고 밑으로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起床(기상)…오전 6시
  아령체조와 벽 닦기…오전 6시15분~6시30분
  …電氣學(전기학) 공부 야구와 스포츠 연설연습 몸가짐과 그것을 달성하는 법…
  전반적인 결심-
  담배 피우기나 껌 씹는 것을 삼간다.
  이틀에 한 번씩 목욕한다.
  매주 유익한 책 한권이나 잡지 한권을 읽다.
  매주 3달라 이상 저금한다.
  부모에게 더 잘한다.
  그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 애는 꼭 출세하려고 했지. 그 애는 이런 결심들을 늘 하고 있었어. 그 애가 마음을 고치려고 어떻게 했는지 알겠소?”

  ‘개쓰비는 이러한 그의 야망을 ’데이지‘에게 향하나 실패한다.

  “…나는 ‘개쓰비’가 부두 끝에서 최초로 녹색 불빛을 찾아냈을 때의 그의 경이를 생각해냈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온 것이었고 그리고 그의 꿈이 너무 가까이 있는 나머지 실패하지 않을 것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는 그의 꿈이 이미 그의 뒤에 있음을 알지 못했다-도시 저쪽의 광막하게 어두운 어떤 곳,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이 밤 밑으로 굴러들어간 그런 곳으로 흘러가버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개쓰비는 그 초록 불빛을, 해마다 우리들 앞에서 물러가고 있는 진탕 마시고 떠드는 酒神祭(주신제)같은 미래를 믿었다. 그리고 나면 미래는 우리를 피해갔는데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안 된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뛸 것이고 팔을 더 멀리 뻗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맑은 아침- 그리하여 우리는 흐름을 거슬러 배를 저으며 끊임없이 과거로 물러가는 것이다.”

  한 소년의 출세하려는, 그래서 이름마저 개츠에서 개쓰비로 바꾸던 소년이 한 여인을 사랑함으로서 그 여인에게 귀결되고 끝까지 성실하는 인간이 되고 결국 실의와 만나 실의 속에 빠져 죽는 이야기를 ‘피츠데랄드’의 위대한 개쓰비는 담고 있다.
  이미 이 작품에서의 사랑은 순수만이 아닌, 돈, 부자, 남녀관계 등 온갖 세상사가 델리케이트하게 얼켜, 이 온갖 것들이 또한 사랑을 움직인다는 쓸쓸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마음 약한 소시민적인 인간들의 순수한 사랑만의 사랑이 어떻게 물들여지고 있는가 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담담히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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