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서울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는 의장국 역할을 맡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조타수 역할이라는 막중한 과제와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새로운 국운상승이라는 외교적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세계경제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섬에 따라 그동안 잠복해 있던 G20 참가국들 사이의 이견과 이해대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견조정과 조율을 맡은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난주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는 미중 간‘환율전쟁’으로 치닫던 갈등을 봉합하고 향후 환율문제의 해법을 제시할 방향타를 마련했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의장국인 우리나라의 주도적인 중재노력을 통해 미중을 비롯해 참가국 모두가 수긍하는 타협책을 도출했다는 것은 다가올 G20 서울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섣부른 의구심과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제는 경주 재무장관회의에서 마련된‘경주합의’의 모멘텀을 살려 세계경제가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확고한 발판이 되도록‘G20 서울 선언’으로 보다 구체화하는 일이다.

경주합의는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경상수지 규모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기로 합의한 것은 향후의 환율시장 개입을 통한 경쟁적 평가절하 시도를 사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중요한 억제수단을 구축한 것이다.

둘째 IMF 쿼터 6%와 유럽이 차지하고 있던 상임이사 자리도 2석을 줄여 신흥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신흥국의 비중과 영향력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 IMF의 지배구조개혁은 G20에서 신흥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셋째 우리나라가 G20 의장국으로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과 개발의제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개발의제는 개도국의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한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개발격차해소를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자는 것으로 두 가지 모두 G20의 대표성과 정당성 제고를 위해 중요한 의제들이다.

그러나 ‘경주합의’는 아직은 큰 틀에서의 원칙적 절충점에 불과할 뿐 정상차원의 ‘G20 서울 합의’로 전환되어야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실무차원의 정교한 정책조율과 중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도출하는 것이다. 또한 G20 정상 차원에서 이에 대한 확고한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치밀한 외교적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

G20이 글로벌 위기이후에도 명실상부한 글로벌 경제협력체제로 계속 자리 잡을 수 있느냐의 여부는 서울 정상회의가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우리가 의장국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면 G20체제가 안착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국가 간 합의 도출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인정받아 우리의 글로벌 리더십과 위상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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