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장으로서 부정의에 실천적으로 맞서던 입장에서 동국대학교에 온지도 4년차에 들어간다.

가장 강렬했던 책은 문학사상사가 출간한 ‘모택동비록’이라고 생각되지만, 필자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를 권하고자 한다.

칠레 매몰광부 33인의 기적 같은 생환을 보면서, 필자는 구조가 지연(遲延)되었더라면 1884년 대서양에서 표류하다가 동료를 잡아먹고 생환한 더들리 케이스가 연상되었다. 그 사건은 미국 로스쿨에서 정의논쟁을 대표하는 판례로 샌델 교수의 책에도 조금은 언급되는 내용이다.

지난여름 미국 하버드 스퀘어에서 딸과 함께 약 2 달 지내면서 샌델 교수의 원저 Justice -What is the right things to do? 와 동영상을 볼 기회가 있었다.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토론의 자료로 제시해 보았다. 열기는 뜨거웠다. 원래 정의란 구체적인 선택의 문제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라는 실천적 분배의 문제이다.

책에서 잘 설명하고 있지만 17세기 공리주의 철학자들은 행복을 창출(創出)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하여 정의논쟁의 기초를 제공했다. 이후 정의는 공리주의적 정의론,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정의론, 절대자유주의적 정의론 그리고 공동체적 정의론으로 분화했다.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도모한 하버드의성인 존 롤즈는 원초상태의 무지의 베일에서 만든 절차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 정의라고 했고, 이에 맹렬하게 반대한 로버트 노직은 국가역할의 최소한을 말하면서, 자유시장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과 행동에 맡길 것을 주장했다. 노직은 특히 국가의 소득재분배 정책을 인위적 간섭이라고 보면서 빈부격차도 인간사회의 자연스러운 단면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샌델 교수는 정의란 사회의 미덕을 고양하고 공공의 선을 함양(涵養)하는 삶의 양태라고 말하면서 중심에 정치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존 롤즈, 로버트 노직 그리고 마이클 샌델은 하버드대학교 정치철학과 선. 후배 교수들로 학문적 논쟁을 통해 오늘날 정의론을 형성한 거인들이다.

사실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임마누엘 칸트의 자유개념과 도덕철학을 통한 인간이해는 불가피하다. 그래서 샌델 교수는 책에서 칸트의 도덕철학도 잘 소개한다.오늘날 우리사회에 많은 잘못된 현상중의 하나가 인간이 왜 존엄하고 가치 있는 존재인가? 라는 점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온다. 이것이 필자가 담당하는 모든 강의에서 칸트의 자유개념과 도덕철학을 맛보기로 강의해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샌델 교수의 책만으로는 정의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에세이 식으로 기술한 탓으로 재미는 있지만 정의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놓치기 쉽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공정사회론도 책의 결론부분만 보고 정의를 공정이라고 쉽게 단정한 잘못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식인주의(cannibalism)로부터 대리임신, 아프가니스탄 양치기 소년의 딜레마 그리고 PGA 골프논쟁 등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교재를 준비하고 정의론을 내년 교양과목으로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정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만 되어도 그리고 그 중심에 동국대학교가 있다면 50년 후 약 100억의 글로벌 지구환경에서 정신적으로 올바르게 무장(武裝)된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을 대한민국을 하늘에서 지켜볼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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