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實的(현실적) 利害(이해)보다 理想(이상)追求(추구)

  動亂(동란)의 상처에 멍든 大學(대학)시절

  전장의 砲煙(포연)속을 벗어나서 군복을 염색해 입고 학원에 돌아온 학생은 너무나 문제투성이의 학생이기도 했다. 점심을 굶어가며 책을 사보고, 장학금을 타도 가난한 학우에게 보태주고 ‘바락’교실에서 지식의 갈증을 채우며 지냈다. 졸업할 때까지 넥타이를 매어본 일이 없을 정도였고, 염색한 군복이나, 잠바를 입고 자유당 치하의 우울한 정치 기상도 속에서 지식에의 갈증을 채우고, 벗에의 그리움을 달래고 지내며, 書店(서점)을 찾는 것을 즐거움으로 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전장에서 사라져간 동창이나 불구가 된 벗의 쓸쓸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책과 낭만이…

  그렇다고 아주 삭막한 학창시절은 아니었다. 책이 있고, 학우들과의 만용에 찬 술과 토론의 잔치는 유일한 위안이기도 했다. 책이라고 해야 우리말 책보다는 日書(일서)나 洋書(양서)였지만, 미친 듯이 읽고, 싸움하듯 논쟁하기도 했다. 도서관은 우리의 낙원이고, 대폿집은 철없는 우리의 토론장이 되었다. 당시 Y선생님 같은 석학도 찌그러진 오리 가방을 들고 오셔서 열강을 하셨고, S선생님은 흰 두루마기에 책보를 끼고 東岳(동악)의 언덕을 오르내리셨다.


  敎授(교수)와의 對話(대화)

  그런데 크게 뉘우치는 것이 있다. 내가 만일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교수님들과 보다 더 많은 對話(대화)의 기회를 가지고 싶다. 당시의 내 경험으론 교수님을 대하면 어렵고 송구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고, 하고 싶은 말도 못했다. 만일 지금 같으면 좀 더 대화의 기회를 가지리라. 가끔 학생 서클에서 초대하여 자리를 함께 하면, 지금의 학생은 명랑하고 솔직하고 대담하게 화제를 꺼내기도 하는 것을 보곤 흐뭇하기도 하고, 한편 부럽기도 하다.


  서클 활동과 학회활동

  내가 재학하던 시절엔 서클이나 기타 학외 활동이 한정되어 있었다. 학도호국단 단위의 활동이었으나 지금처럼 서클이나 대외활동이 없었다. 대학시절에 남을 위해서 힘쓰는 일을 마음껏 해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중학교 때엔(지금의 고등학교까지 합친 구제 중학) 농촌봉사, 또는 농촌계몽에 뜻을 두었는데 6‧25 동란이란 격동과 시련의 시기는 우선 학교를 다닌다는 것만이 다행이란 상황을 조성했다.
  그래도 각 대학의 학생이 모여 매주 발표를 각기 전공별로 하는 모임도 가져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천성이 수줍어서 자기 생각도 변변히 말해보지 못했고, 더욱이 눈에 띈 여대생이 同姓同本(동성동본)이었는데 실망하고 쓰라린 추억만 남겼다.


  先覺者(선각자)의 遺産(유산)을

  나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日本(일본) 春秋社(춘추사) 발행의 思想全集(사상전집)에 심취했던 적이 있다. 대학에 들어와서 강의나 교재학습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눈은 뗐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에서도 도서관에서 古典(고전)을 읽는데 하루해를 보내고, 방학에는 켈젠, 니체, 라도브르흐의 저서를 싸들고 山寺(산사)에 가서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유산으로 작년에 ‘禁書(금서)를 통해 본 近代(근대)思想史(사상사)’를 쓰게 되었지만, 고전에의 심취와 집착은 학문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된 것 같다. 지금에도 학생이라고 하면 내 분야의 고전을 보되 좀 더 계통적으로 原典(원전)을 보고 싶다.
  볼트르, 루소, 디디로, 공디약 등 18세기 계몽 사상가에 미쳐서 그들의 전기를 쓰겠다고 노트를 하던 것이 어제 일 같은데, 지금 돌이켜 보면 무모한 것 같지만 추억이 된다. 다만 좀 더 원전에 친숙해지고, 또 남의 지도를 받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大學(대학)시절의 理想(이상) 

  나는 지금도 신입생이나 졸업생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大學(대학)시절에 품은 꿈 또는 이상을 10년만이라도 간직해서 살려보려는 의지를 가져보라고 한다. 나 자신은 학창시절의 꿈을 지금도 버리지 않고 가꾸려고 애쓴다. 지금 내가 대학생이 되어도 이 점만은 변함이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꿈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꿈이 없는 사람의 심정처럼 공허하고 살벌하기까지 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대학생이라면 그 젊음답게 꿈을 키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을 항상 강조한다. 비록 꿈이나 이상이 세속적인 이익이나 사회적인 출세(?)를 약속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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