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2시 동국관 앞.
  “야 임마. 그것도 제대로 못 넘기냐.” 조금 전 헛발질하여 땀이 흥건한 상기된 얼굴들.
  같은 날 같은 때 도서관 내 열람실.
  한자리도 놓칠세라 학문에 열중인 평소보다 오히려 많은 진지한 얼굴들.
  그리고, 불상주위의 잔디밭.
  인생문제를 생각하며 사뭇 심각한 토론과 웃음을 즐기는 여유 있는 얼굴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그 야말로 대학의 다양성이 구현되던 평온한 캠퍼스였다.
  그러나 같은 때 도서관 앞.
  “정기학생총회는 여러분의 대중적인 참여 속에서만 올바로 개최될 수 있습니다....”
  제2학기 정기학생총회가 열렸다. 2학기 학생회 사업을 보고하고 학우들의 의사결집을 총회 속에서 이끌어 내기위해 정족수를 채우려는 학생회 간부의 호소는 성능 좋은 스피커를 타고 교정으로 울려 퍼졌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스피커소리만이 공허한 총회장을 헤집고 있었다. 여전히 학우들은 자신의 일에 몰두한 채.
  우리는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이런 꾸중을 많이 들었다. “공부는 안하고 과자만 달랜다”고.
  그때의 모습과 지금 이러한 동악의 학우모습 속에서 차이점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다양성‘이 대학의 특성이라면 그에 따라다니는 ’의무‘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권리에 편승한 나머지 의무는 소홀히 했던 어릴 때의 모습, 바로 우리들 현재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깨닫고 실천으로 옮기는 학우가 우리들 중 극히 일부분이었다는 현실이 더욱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고 있었다.
  슬픔을 느끼던 시간도 잠시, 그토록 열성적으로 토해내던 스피커의 호소도 잠잠해졌다.
  그렇게 정기학생총회는 무산되어 버렸다. ‘정족수 미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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